1945년 오타와의 소련대사관 암호담당 직원이 서방국가에서 있었던 소련 간첩행위 비밀문서 109건을 가지고 미국으로 망명한다. 이후 2차대전 연합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원수가 된다. 이른바 ‘냉전(콜드 워)’의 시작이다. 1948년 발표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처음 등장한 말이다. 60년대의 논객 월터 리프먼의 칼럼을 시작으로 미·소 중심의 이데올로기·군사·경제·지리적 대결 국면을 표현하는 대표어가 된다.
1947년 미 시카고 대학은 핵위기로 파생될 인류 종말의 불안감을 수치로 나타내는 ‘종말의 시계(Doomsday Clock)’라는 개념을 만들어 처음 발표했다. 이때 ‘종말의 날까지 7분’이라는 시간이 맞춰졌다.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까지 두 나라는 갈등 해결에 나선다. 이를 대표하는 말이 ‘긴장완화’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데탕트(detente)’였다. 핵실험·무장을 위한 비용부담이 커지자 무기 감축을 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패권을 둘러싼 중·소 갈등도 소련에는 부담이었다.
63년 미·소 간 핵실험금지조약이 이뤄지자 시계는 자정 12분 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80년 미국이 소련의 아프간 침공을 이유로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하자 자정 7분 전으로 다가갔다. 냉전과 데탕트를 계속하며 세계를 긴장시키던 냉전구도는 1991년 소련 붕괴로 끝났다. 이후 종말의 시계 분침은 미·러시아 간 해빙무드 조성으로 자정 17분 전까지 물러났다가 98년 인도·파키스탄이 핵실험으로 5분 전이 됐다. 2002년 이래 핵무장 해제 노력이 부진하자 분침은 7분 전에 멈춰 서 있다. 지난 9일 있었던 북한 핵실험은 시계 분침을 더욱 자정으로 몰고 있다. 중국·인도·파키스탄에 이어 일본·대만에도 핵무장 구실을 줬다. 북한은 이제 아시아를 세계 최대의 연쇄 핵무장 도미노 게임장으로 만들고 있다.
국제기획부·이재구부장@전자신문,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