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차가운 시선’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중소 휴대폰 업체들을 울리고 있다.
해외 수출시장 환경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나고 있지만, 금융권의 여신회수 압박 및 담보요구가 도약을 꿈꾸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 휴대폰 기업 대표 A씨는 “올 상반기 살아남은 기업들에게 비즈니스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휴대폰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환경 개선 기미=최근 인도·중남미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유럽통화방식(GSM) 휴대폰 수요가 늘고 있다. 저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CDMA에서 GSM으로 통신망을 교체하는 사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산 품질에 실망한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예전에 비해 공급기회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환경은 여전=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브이케이 부도 사태 이후 휴대폰 산업을 바라보는 금융 및 증권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여신회수 압력은 과거보다 거세지고 있다.
최근 코스닥 문을 두드렸던 한 중소기업은 매출의 지속성 확보 여부를 이유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 B씨는 “금융권의 자금 회수가 경영에서 가장 큰 부담 요소”라며 “햇볕 날 때 우산 씌워주고, 비올 때 우산 뺏어가는 것이 아니냐”며 서운함을 표출했다. 중소기업 대표 C씨 역시 “기업들 가용자금은 늘어나지만 은행권의 여신회수 압박이 강화되면서 유동성은 나빠지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추가 금융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 바이어들이 수출대금 결제 전 보증보험 지급보증서를 요구하는 등 거래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일부 바이어들은 국내 기업들의 안정성을 문의하는가 하면, 덤핑 거래를 요구하기도 한다.
◇선행기술 개발 투자 여력 부재=이러다 보니 상당수 기업들이 3.5세대이동통신(HSDPA) 또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선행기술 개발 능력을 갖춘 쓸 만한 인재 유치도 쉽지 않다는 게 경영자들의 반응이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등 ‘빅3’ 기업들이 외주 아웃소싱 물량을 줄이면서 매출 확대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표 D씨는 “외주 아웃소싱 사업만으로 독자적인 생존기반을 마련할 가능성은 제로”라며 “정부에서도 달라지는 시장환경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