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게임 이용시간 제한이 대책 아니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불거진 사행성 게임과 관련한 거부감과 원성에 힘입어 국회가 게임에 대한 마녀사냥을 시작한 듯한 분위기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성인 게임에서 아예 경품 제공을 금지토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직 본회의 의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무사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 여기에 더 보태 김희정 의원은 (온라인)게임·인터넷 ‘셧아웃제(이용제한)’를 담은 새로운 법안까지 발의했다. 셧아웃제란 게임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총시간을 제한하자는 제도다.

 자유와 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국가에서 경품 제공 자체를 금지하는 일이나 개개인의 게임과 인터넷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현행 제도상 게임도 엄연히 상품인 이상 부당거래일 때나 공정거래에 위배될 때에만 경품 제공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의 경품 금지 조항은 경품 자체가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개연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경품 제공을 허용하는 다른 상품과의 형평성 면에서도 어긋난다.

 아직 발의 단계일 뿐이지만 셧아웃제는 게임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행위가 노동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총노동시간을 제한하듯이 총이용시간을 제한하겠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게임과 인터넷 이용시간 제한은 이용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셧아웃제는 유추컨대 청소년 개개인의 게임 및 인터넷 시간을 제한하면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인한 듯하다.

 경품 제공 금지든 게임과 인터넷 이용시간 제한이든 부작용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개인의 자유를 무시하고 선택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사회적으로 말썽 많은 성인 게임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청소년의 과도한 게임 및 인터넷 이용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를 치유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헤쳐서도, 일관성을 벗어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회가 처리중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셧아웃제는 둘 다 민주주의 근간과 정책의 일관성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가령 어떤 교차로의 건널목에서 교통사고가 빈발한다고 치자. 교통사고를 줄이는 대책이라며 건널목을 아예 없애버리기로 했다면 어떻게 될까. 건널목이 없으니 사람이 다니지 않을 테고 따라서 교통사고도 예방된다고 주장한다면 이런 정책에 수긍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건널목을 없애는 대신 고가 인도교를 세우지 않는 이상 근처에 사는 주민의 불편함과 기본권 침해로 세상이 떠들썩해질 것이다. 성인 게임 사업자나 이용자들은 선량한 주민이 아니니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가.

 온 나라가 사교육 열풍으로 몸살을 앓아온 지 오래다. 그 대책으로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대신 학생 개개인의 사교육 이용시간을 제한하자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묻고 싶다. 사교육의 폐해가 워낙 심하니 모두 두 손 들고 환영할까. 따지고 보면 게임과 인터넷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사교육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다. 사교육 제한이야 빈부차에 따르는 교육기회의 불균등을 해소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이라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 갈 학생들에게 인터넷이나 게임의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어떤 명분도 찾을 수 없다. 사행성 게임이나 인터넷·온라인게임 중독 문제를 다루는 국회의 태도는 융합시대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사려 깊지 못한 접근 방식이다. 게임산업의 폐해를 막기 위한 대안도 새롭게 형성되는 사회적 흐름과 민주주의 틀 속에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