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T관리와 생태학

[미래포럼]IT관리와 생태학

 생태학(Ecology)이란 ‘생물과 생물 그리고 환경과의 관계를 논하는 과학’이다. 1869년 E H 헤켈이 생태학을 학문으로 완성한 이래 초기 각 생물 습성과 생리를 관찰, 개체의 적응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나 20세기에 와서는 각 개체는 상호관계를 가지고 유기체적으로 변화 적응한다는 ‘생태이론’으로 발전했다.

 특히 20세기 후반 생태학은 생물이나 자연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성능이 더 빠른 ‘알파 칩’이 ‘인텔 칩’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일이나, 미국과 프랑스에서 성공한 유통 전문업체인 월마트·까르푸가 한국에서는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이유 모두 생태학적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학의 발달로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복잡하게 발전하고 있다. IT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초기 IT분야의 발전속도는 더뎠지만 이제는 빛의 속도를 요구할 만큼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빠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는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변화에 적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고객 요구에 실시간 대응해야 한다. IT산업 분야에서는 이런 숙제를 푸는 시도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영국 중앙조달청(OGC)이 발표한 ‘ITIL(Information Technology Infrastructure Library)‘을 들 수 있다. ITIL은 한마디로 기업 IT조직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효율·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 체계 구축·운용에 필요한 가이드로 IT서비스 관리체계 사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ITIL은 응용에 좋은 사례를 담고 있다. 내부에 합리적인 개발방안, 신뢰할 수 있는 훈련 조직 그리고 구현과 평가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30%가 ITIL을 구현했거나 평가 중이며 30%는 ITIL을 배우고 있다.

 ITIL은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 첫 번째가 ‘서비스 딜리버리’영역이다. 이는 △고객과의 서비스 수준 계약(SLA) △계약에 따른 서비스 수준 모니터링 등을 의미하며 서비스의 수준·가용성·지속성 관리, 금융 관리가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서비스 서포트’영역이다. 이 영역은 서비스 딜리버리를 위한 운용 IT 프로세스로 정의되며 서비스의 기능, 구성관리, 인스턴트관리, 문제 및 변경관리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서비스 품질 향상과 서비스 품질 대비 IT비용의 계량화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고객과 사용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 주요 IT 프로세스를 통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 역할을 정의하고 성능을 지표화할 수 있다.

 이런 장점 외에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현재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두고 서비스 관리 체계만 구축하게 되면 업무량이 과대해질 수 있다. 둘째, 현업 요구에 대한 변화 이력 관리나 다양한 장비,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력과 통합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ITIL의 사례는 주로 영국과 미국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문화·지역·환경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ITIL을 적용하기 앞서 위 문제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과거 운용하던 IT관리 대한 프로세스와 장비력 등을 수집하고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영어 문화권에서 적용해왔던 차이를 철저히 분석해 현지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새로운 업무체계에 빠른 적응을 위한 사전교육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올해는 ITIL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ITIL 버전3’가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버전3’에서는 그동안 미흡했던 투자 대비효과나 공급망 등 개념을 표준화하고 기존 프로세스 중심 관리를 서비스 라이프 사이클 개념으로 개선된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국내 기업도 ITIL을 적극 도입, 기업 생산성 향상을 꾀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기호 네비스텍 사장, lkh@nevist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