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대 통신업체들의 인수합병(M&A) 여파로 중소 통신업체들의 통합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미국의 광통신망 도매사업자인 ‘레벨3커뮤니케이션스’는 17일(현지시각) 경쟁사인 ‘브로드윙’을 14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레벨3는 전국 통신사업자와 기업용 회선임대 사업자들에게 광통신망을 임대하는 사업자다. 이 회사는 주 고객인 AT&T와 버라이즌 등 통신사업자들이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데 자극받아 경쟁 관계인 중소 도매사업자를 닥치는 대로 인수했다.
레벨3는 올들어 루킹글래스네트워크와 텔코브, ICG 커뮤니케이션스를 모두 인수했다.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 외에도 대형 통신사업자와 거래할 때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제임스 크라위 레벨3 최고경영자(CEO)는 “양사 합병이 이중 비용을 없애고 매출 기반을 다져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 1년새 전국 규모의 통신사업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통신망 도매사업자의 숫자가 너무 많다”면서 생존을 위해 도매사업자들은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같은날 중소 통신장비업체인 ‘버티컬커뮤니케이션스’도 라이벌인 ‘보다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버티컬과 보다비는 모두 IP기반의 기업용 통신솔루션을 제조하는 회사들이다. 보다비의 그레그 로퍼 사장은 “버티컬측과 합병을 계기로 제품군이 다양화되고 기업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달초 미국의 기지국 운영업체인 ‘크라운캐슬인터내셔날’은 경쟁사인 ‘글로벌시그널’을 58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통업체들의 합병에 따라 기지국망을 임대해주는 운영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데 따른 대응이다.
전문가들은 AT&T와 벨사우스,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과 MCI간의 대규모 인수합병 파장에 따라 당분간 중소 통신업체, 장비업체간의 새판 짜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