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닙니다.”
대기업 재벌 3세가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후 보름 만에 주식을 되팔아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에 대해 모 증권전문가가 내뱉은 말이다. 19일 코스닥 시장은 내내 이 소식으로 술렁였다. 재벌가 3세가 투자했다는 소식만 믿고 미디어솔루션에 투자한 개인들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또 투자할 마음을 먹고 있던 다른 ‘개미’들은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 뻔하다.
지난달 27일 7000원대였던 미디어솔루션의 주가는 이달 18일 3만8000원대까지 5배 이상 뛰었다. 재벌가의 구모씨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최근 12일 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친 탓이다. 그러나 구씨는 18일 이 회사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운데 절반인 90만주 분량을 전격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무려 403억원으로 투자금액 75억원에 비해 보름 만에 330억원 가까운 차익을 본 것이다. 구씨의 ‘대박’이 미디어솔루션에는 ‘재앙’으로 작용해 19일 이 회사의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했다. 대주주에 대한 불신이 생긴 이상 앞으로의 주가 추이도 장담하지 못한다.
물론 차익을 남기는 것 역시 투자의 목적이므로 구씨의 투자는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안 된다. 또 여전히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그가 이 매각대금을 회사미래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올린다면 그다지 비난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재벌가 3세라는 것이다. 개인 갑부가 이 회사에 투자했다고 공시했더라면 12일 연속 상한가는 불가능했다. 더욱이 미디어솔루션의 올 상반기 매출은 11억7000만원, 영업손실은 6억5000만원으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종목이 아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것은 오로지 우리나라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벌가의 3세가 투자했기에 ‘뭔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투자가 용인된다면 앞으로 재벌가 자녀는 누구든 코스닥 기업 하나를 찍어서 투자하고 주가를 올려 차익을 거두면 그만이다. 투자의 건전한 규칙이 무너지면 개인 투자자는 평생 앉아서 눈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다. 머니게임과 작전세력이 줄어 건전성을 되찾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경제과학부·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