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소프트웨어(SW) 업체의 매출이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직 4분기가 남아 있어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티맥스소프트와 안철수연구소는 잠정 집계한 올해 예상 매출 실적이 각각 700억원·500억원으로 추정되는 등 국내 SW업체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500억원 돌파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실적은 외국 SW업체와 대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토대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한글과컴퓨터·핸디소프트도 연초 계획했던 매출 목표를 훨씬 초과한 415억원·34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투비소프트·영림원소프트랩·엔키아 등 5∼6개 중견 SW업체는 올해 처음 ‘매출 100억원 클럽’ 가입이 확실시될 정도로 최대 풍작이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IT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SW업체의 이 같은 풍작 전망은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런 풍작이 종전처럼 일부 주요 SW업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중견 SW업체들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SW산업이 이른 시일 내 중흥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마저 갖게 한다. 특히 정부가 오는 2010년에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의 세계 100대 SW기업에 국내 기업 5개를 포함시키고 나스닥에 4개 업체를 상장시킨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SW가 국내 IT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심 성장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계기로 IT산업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까지 걷혔으면 한다.
주요 SW업체의 풍작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정부가 작년부터 ‘IT강국에서 SW강국으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SW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내놓은 다양한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 금융 및 통신 분야 차세대 시스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시장과 관련 사업모델 확충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또 올해 일본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 국산 SW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풍작을 낸 SW업체들이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외국 유명 SW기업이 즐비한 국내 시장에서 국산 SW기업 매출이 확대된 점은 외국기업과 견줄 만한 기술력이나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산 SW가 일본이나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통해 우수성을 검증받은 결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 SW산업의 지속적인 고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수요와 직결되는 R&D 투자 강화와 고급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SW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높다. 더욱이 우수 연구인력 확보는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지침이 될 정도다. 그만큼 국내 SW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야 차별화된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품질향상 등으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다.
이와 함께 유통질서도 확립해야 한다. 불법복제를 근절하고 정품을 사용해야 SW업체가 성장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기업들의 불법복제율이 14.3%로 크게 낮아졌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도 SW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 인프라 구축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부당 하도급 문제는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런 것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우리 SW업체가 영세성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R&D 투자에 나설 수 있고, 이로 인해 산업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