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상파DMB 사업권역 획정과 관련해 전국 단일권역 1개 사업자와 지역별 6개 권역에 각 2개 사업자를 둬 총 13개의 지상파DMB 지역방송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기존의 보도내용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확정된 권역별 획정안은 지역방송 활성화와 공익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으나 서비스 초기단계인 지상파DMB 사업자가 네트워크 구축, 콘텐츠 제작 등의 비용을 충당하고 안정적 수익모델을 창출해 성장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이용자가 느끼는 지상파 DMB 서비스의 최대 강점은 이동 중에도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이 전국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 측면만을 강조해 여러 권역으로 나누게 되면 지역 간 이동 시 끊김 없는 전국방송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달 현재 서울·수도권에서 지상파DMB가 서비스된 후 9개월 동안 170만대의 수신기가 판매되는 등 이동TV에 대한 국민 관심과 기대감이 높다.
그동안 지상파DMB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단말기 성능 향상, 이동방송 수신품질 향상, 전국 커버리지 확보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 가운데 전국 규모로의 커버리지 확대는 단시간에 잠재적 이용자를 두 배 이상 급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제공중인 지상파DMB 서비스는 총 인구 대비 커버리지가 50%에 미달하는 실정이어서 서비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주파수 분배·할당, 사업권 허가를 가급적 빨리 진행해 전국 방송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KBS 등 6개 지상파DMB 수도권사업자가 방송시설과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한 총 금액은 1200여억원이었으나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 동안 거둔 총 광고수입은 1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상반기 가장 문제가 됐던 지하철 네트워크 구축에 약 290억원이 투자됐는데, 중계기 점용료와 유지관리 비용으로만 연간 약 30억원이 소요돼 현재의 수익 규모로는 수도권 지하철에서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시장이 큰 수도권에서조차 지상파DMB 사업실적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시점에서 권역별로 사업자를 선정해 네트워크와 방송설비, 프로그램 제작 등의 투자를 감행하게 하는 새로운 권역획정안은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국망 구축을 위해서는 전국의 송신소 설치·변경 작업이 필요하며 지하철 및 주요 빌딩의 음영지역 해소 등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 IT 서비스·상품을 소비하는 데 혁신성향이 강하고 품질에 대한 기대수준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네트워크 투자 부실과 고품질 콘텐츠 제공에 실패한다면 지상파DMB는 ‘열등재 전락→시청자 외면→수익성 악화’라는 ‘빈곤의 악순환’을 거쳐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특히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사업자가 콘텐츠 제작 투자를 줄이고 기존 지상파TV 프로그램 재전송에 전념한다면 이동TV는 지상파 방송의 보조 매체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우수한 신규 서비스가 공익성과 지역방송사업 육성이라는 덫에 걸려 지상파DMB 서비스의 자생적인 성장 기반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함으로써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국 방송 권역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는 지역방송 활성화 및 공익성 확보라는 명제보다도 경제성에 입각한 투자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지상파DMB 서비스가 열악한 사업 환경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DMB는 전국적인 사업권망 형태가 바람직하지만 사업자 컨소시엄을 통해 최소한 비수도권을 묶는 단일 사업권망 형태의 서비스만이라도 추진돼야 한다.
◇ 임주환(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chy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