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패키지 SW 발전, 정부가 앞장서야

[미래포럼]패키지 SW 발전, 정부가 앞장서야

 업계에 몸담은 15년 동안 국내 IT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왔다. 휴대폰·반도체 등 몇몇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들 산업은 IT산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만은 그 성장에서 소외돼 왔다. SW산업은 아직 영세하고 특히 게임 등 일부 패키지 SW를 제외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제품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SW산업이 불균형적인 발전을 초래한 이유는 기업의 원천기술과 우수인력 부족, 하도급 구조 경영난 등 여러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지면을 빌려 SW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국내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우수한 SW를 개발해 내려는 기업의 노력이 기본이다. 하지만 주위 환경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제값 주고 SW를 구매하는 풍토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필수다. 그러나 정부가 오히려 SW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예산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특정업체에 용역을 줘 SW를 개발하고 이를 전 정부기관에 일괄 납품, 여타 기업의 설자리를 잃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실제로 과거 전자문서시스템과 정부지식관리시스템(GKMS)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며 일방적인 정책 결정으로 SW전문업체의 생존권이 위협받기도 했다. 물론 정부 항의 방문, 공청회 등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해 이후 정부에서 표준만 제공하는 ‘자율 경쟁’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문제가 재발하고 있다. 정부업무관리시스템이 용역 개발 후, 일괄 납품 형태로 청와대에 먼저 구축된 후 행정자치부 등 전 정부기관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록관리시스템, 정보공유시스템, 통합지식관리시스템 등의 사업도 패키지 형태가 아니라 업체 개발로 구축될 가능성이 커 관련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이런 정부시책은 미시적으로는 정부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국내 산업 측면에서 보면 동종 SW를 개발하는 많은 기업의 판로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해 우수 SW를 개발하는 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SW 구매자기도 하지만 SW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만큼 좀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SW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필요한 SW의 기능·구성요소·상호연동성 등의 표준을 정하고 정부 산하의 표준 관리 기구에서 시험, 기준에 합당하면 인증을 수여해 정부 수요기관에서 정해진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04년 IT산업 생산 비중 비교’자료에 따르면 ‘IT기기 대 통신서비스 대 SW’ 비중은 우리나라의 경우 73 대 19 대 8로 OECD 국가 평균인 46 대 31 대 23에 비해 SW 비중이 현저히 낮다. 이런 편향된 산업 발전은 큰 도약에 저해가 되며 IT산업의 한 축인 SW산업의 불균형적인 성장은 글로벌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하려고 노력중이다. 올 초 정통부는 ‘u-IT 839 전략’을 발표, SW강국 도약 기반조성을 이행과제로 선언한 바 있다. 또 IT SMERP 정책,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지원, 벤처 생태환경 조성 등 다양한 정책 과제를 발표하고 국내 SW기업을 지원할 다양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공공 SW 조달 프로세스’ 혁신이다. 정부는 특정업체를 통한 용역개발 및 배포 방식을 철폐해야 하며 불합리한 SW 구매 제도 및 관행을 없애 SW업체가 수익성을 확보하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SW산업 역사도 이젠 짧지 않다. 오랜 기간 SW산업에 종사해온 기업인으로서 공정 경쟁 환경만 조성된다면 선진 우수 SW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SW업체가 곧 국내에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사업자 위치에서 국내 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성장 발판을 마련할 때 진정한 SW 강국, ‘u-코리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창제 가온아이 사장, cjcho@kaon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