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소식은 가슴을 철렁 내려 앉게 했다. 속내가 전쟁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핵’이라는 말에 머리끝이 쭈뼛 곤두선다. 왜냐하면 핵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핵의 양면성은 두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이맘 때쯤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을 두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일이 있다. 핵의 폐해를 염려해 처음에는 각 지자체 주민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정부가 현금과 각종 지원책을 내놓자 서로 유치하겠다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기도 했다. 실리 앞에서 ‘핵의 폐해’란 휴지 같은 명분일 뿐이다. 결국 실리를 좇아 움직이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모양이다.
그러나 ‘염려’를 ‘실리’와 바꾼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긍정적 핵’의 폐해는 이제 염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우발적, 후진적 사고는 이제 일어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전 예산의 30%가 안전 예방에 투입된다. 그만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하지만 확실한 안전을 위해 투자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긍정적 핵’의 안전은 이미 보장받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부정적 핵’의 폐해는 이미 겪어 알고 있다. 북핵과 관련돼 인접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더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는 것도 피폭 해당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회의 결정이 있기 전에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나서는가 하면 국제무대에서도 가장 목소리가 크다.
‘호들갑’을 떠는 국민성, ‘피폭의 후유증’을 이해한다 해도 과장인 듯싶다. 여기에는 일본의 보이지 않는 야심이 숨어 있다. ‘핵 보유’를 위한 절호의 명분을 찾은 셈이다. 남의 ‘핵’을 질타하면서 정당한 방위의 수순으로 핵 보유를 사실화하는 것은 맞아도 기가막히게 잘 들어 맞는 각본이다.
중국은 핵 보유국이다.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지만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했다. 보유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이 핵 보유에 나선다. 결국 동북아는 한국만 빼고 모두 핵을 보유하는 야릇한 구도가 된다.
‘긍정적 핵’의 폐해를 논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핵에 관한 한 원전의 안전성을 논하기보다 우리의 안보를 먼저 걱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