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게임등급위 출범에 부쳐

 게임 등급 분류기관의 출범이 늦어 게임물 등급 심의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이 어제 선정됐다.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새 기관의 출범에 맞춰 치밀하게 일을 추진하지 못해 게임 등급 분류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게임의 최대 성수기는 여름·겨울 방학이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겨울방학을 앞두고 게임 등급을 심의할 기관이 없어 게임업체의 영업활동이 올 스톱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상당한 파문이 일 것이다. 더욱이 11월 9일 개막하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06’에서 선보일 새 작품이 심의를 받지 못해 사실상 불법인 상태에서 시연을 해야 할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위원 선정을 서두른 것은 잘한 일이다.

 그렇다고 게임등급 분류와 관련한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당장 관련업계는 위원 선정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이번 선임을 두고 위촉한 위원들이 공정성·투명성을 갖춰 등급 분류를 잘할 수 있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위원 선임에서 게임진흥관련기관 인사 등이 배제됐으며 정부가 과연 산업진흥이라는 법 취지에 부합한 선택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 계류중인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처리돼 현재 10명인 위원을 15명으로 늘리게 되면 업계의 견해를 반영할 수 있는 인사를 추가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물론 이런 업계의 주장에 정부도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에 따라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위원을 선임하고 기구를 29일 전에 출범시켜도 게임물 등급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사무국과 전문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법)’ 시행에 따라 위원회가 출범해도 현재까지 사무국조차 구성하지 못했고 또 아직 실질적인 게임 등급 분류 업무를 담당할 전문위원을 선발하지 못한 상태다. 설사 이번주 안에 사무국 조직을 완비하고 전문위원을 선임한다 해도 실질적인 등급 심사를 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전까지 다소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게임등위는 게임산업진흥법 규정에 따라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18세 이상 가’ 게임도 등급을 재분류해야 하기 때문에 출범 초기부터 업무량이 폭주할 수 있다. 또 신작 개발이나 출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위원회의 책무는 막중하다. 게임물 등급 분류를 비롯해 유해성 확인, 사행성 게임물 결정, 등급 분류 사후관리, 게임물 등급 분류의 객관성 확보를 위한 조사연구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이유야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정부가 관련 업무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시일에 쫓기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원회는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돼 왔던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해야 한다. 사행성 도박이나 게임은 근절해야 하겠지만 건전한 게임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최근의 바다 이야기 사태가 자칫 게임산업 전체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건전한 게임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위원 위촉이 끝났지만 나머지 업무가 지연돼 게임물의 등급분류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어떤 일이든지 확고한 비전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게임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사무국 조직을 완료해 게임 등급 분류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