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타짜

 우리 사회에 때아닌 ‘타짜’ 열풍이 불고 있다. ‘타짜’란 도박판에서 속임수를 잘 부리는 사람 또는 도박의 귀재를 일컫는, 이른바 ‘꾼’들 사이의 은어. 그러나 ‘타짜’라는 용어가 최근 들어 포털 인기 검색 순위에 심심찮게 오르내릴 정도로 10·20대 신세대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허영만의 인기 만화 ‘타짜’가 오랫동안 만화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영화화한 ‘타짜’마저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결과다.

 영화 ‘타짜’는 그 어느 해보다도 경쟁이 치열했던 추석 극장가를 평정한 여세를 몰아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10위에 올랐다. 개봉된 지 26일 만인 지난 22일까지 전국 누적관객 569만여명을 동원하며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566만명)를 제치고 새롭게 10위에 자리잡은 것.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와 조승우·김혜수 등 전 출연진의 고른 열연이 돋보이는 ‘타짜’는 당분간 흥행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영화뿐 아니라 출판만화계에도 ‘타짜’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 개봉에 맞춰 지난달 28일 랜덤하우스가 출판한 허영만 원작만화 ‘타짜 1부-지리산 작두’ 전 4권이 7일 만에 다 팔렸다. 이에 출판사 측은 올해 안에 ‘타짜’를 4부까지 애장판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타짜’ 열풍은 온라인 게임 분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게임포털업체 엠게임은 마나로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원작 만화 ‘타짜’를 온라인게임으로 개발,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원작 만화까지 큰 인기를 얻자 작가 허영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0년 전에 발표한 ‘각시탈’에서 ‘식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히트 작품을 배출해 낸 그는 우리나라 현대만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다.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도박’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그린 ‘타짜’는 사흘 밤을 꼬박 새우며 41권을 모두 읽게 할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지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영화 흥행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동안 침체일로를 걷다가 디지털콘텐츠 시대를 맞아 핵심 콘텐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출판만화산업이 ‘타짜’ 열풍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문화부·김종윤차장@전자신문, j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