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광디스크밸리 횡성으로

 일전에 강원도와 광디스크산업·IT산업 21개 기업이 횡성 공근농공단지이전 양해각서(MOU) 협약식을 가졌다. 내년 5월, 10만평에 21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광디스크 및 IT산업단지로의 이전이다.

 나는 집단이주를 위한 실무를 진행했는데 국내외적으로 기업경영의 어려운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도권 이전을 택했다. 수도권 각지에 분산된 업체의 집적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원자재의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공동 물류센터의 효율성·신속성, 나아가 고급인적자원의 공동 운영을 통해 각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공동 비즈니스로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이점을 도출해 보자는 것이다.

 광디스크산업은 대기업 품목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중소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다. 대만에는 1개 기업이 많게는 50대 단위로 성형기(디지털복제)를 설치하고 있어 원료구매 및 인적자원 활용 면에서 생산성이 높아 국제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일본·미국·유럽 시장에서 대만과 중국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이번 집단이주로 해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국내외 시장의 환경 변화는 늘 새로운 사업을 탄생시키고, 기업은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늘리거나 인적 자원을 충원시키지만 수도권 지역의 땅값 상승이라는 여건을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나는 이번 이전계획을 추진하면서 각 기업의 오너에게서 기업경영에 대한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듣고 일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물론 학자들이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 윤리, 환원이라는 경영학적인 수식어도 좋지만 현재의 중소기업은 살아남기에도 벅차다. 특히 제조업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감당하기 벅찬 인건비·관리비와 개도국의 덤핑 공세, 제조업 취업을 기피하는 세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인 여건은 어떤가. 전국 도심지역의 땅값 상승은 도가 지나치다. 여윳돈을 가진 이가 땅만 사서 놔두면 은행 금리보다 몇 배나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생각이 모자란 사람 아니고서야 골치 아픈 제조업에 투자하겠는가.

 집단이주를 계획한 오너들은 한결같이 제조업에 투자하게 되면 쉽게 기업을 정리할 수 없다며, 집단이주를 통해 단지 내 효율을 극대화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지방의 유휴 노동력을 이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관리비를 줄이겠다는 의지인 듯했다.

 중소 제조업으로 돈을 벌기는 힘들다. 그래도 경영을 하면서 종업원들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경영철학이 생겨난다. 스스로 이런 최면이라도 걸어야 살맛나는지 모른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직원들과 함께 공장에서 뒹굴어도 채산성의 한계를 느낀다는 어느 오너는 그래도 자신의 재산과 명예, 사회적인 지위까지 저당 잡힌 상태지만 사회와 주변의 인식이 예전같지 않게 우호적이고 존경의 눈빛을 감지할 수 있어 마음은 무겁지 않다고 한다.

 대기업은 처음부터 생겨나지 않는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소기업 오너들의 탄생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그런 유형의 오너를 생성해 내고 사회가 이들을 도와 미래 대기업으로 키워내야 한다. 나는 이번 횡성 농공단지 입주를 성사시키면서 오너들의 사고가 굉장히 건전하고 기업을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다.

 지자체 공무원 역시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보였다. 지방 정부의 지원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그것이 국토의 균형 발전일 것이다. 수도권에서의 부담을 강원도에서 해결하는 것도 경영의 지혜일 듯싶다.

◆최수권(연세디지털미디어대표) yonseid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