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콘텐츠 시장에서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행보가 심상찮다. PP들은 그동안 지상파방송사의 콘텐츠를 재방영하거나 해외 콘텐츠를 구매하는 형태를 보여왔다. 자체 제작 콘텐츠로 특화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마저도 지상파방송이 제공하기 힘든 스포츠나 게임 중계 등으로 한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온미디어를 비롯한 CJ미디어, MBC플러스, KBS N(옛 KBS스카이), SBS미디어넷 등 ‘빅5’는 드라마·영화·오락버라이어티쇼 등 지상파의 핵심 영역으로 속속 진입중이다. MPP의 채널수 확보 및 자체 제작 비율 증가 움직임은 앞으로 방송콘텐츠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잠재력으로 평가돼 주목된다.
◇MPP의 시장 장악 심화=올해 들어 MPP의 시장 장악력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강화됐다. 빅5는 지난해 케이블TV 시청점유율에서 67% 안팎을 기록했다. 1위인 온미디어가 20% 후반대를 지키는 가운데 MBC플러스가 2위로 13%가량을 기록했다. 그 뒤를 CJ미디어(12%), SBS미디어넷(10% 안팎), KBS N(6%) 등이 유지해왔다.
올해 빅5의 위세는 더욱 강해졌다. 특히 지상파계열 드라마채널의 강세가 이를 뒷받침했다. TNS의 1∼10월 집계에서는 3월(69.9%)을 제외하고 꾸준히 72.6∼74.5%를 기록했다.
빅5 간 시청점유율 순위에도 변동 조짐이 보인다. 온미디어는 여전히 23.18∼28.4%로 1위지만 2위는 CJ미디어가 꿰찼다. CJ미디어는 5월에 2위에 오른 뒤 8월을 제외하고는 월별 2위를 지키며 15%대에 안착했다. MBC플러스도 15%까지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고 4위 KBS N은 8.2∼10.1%로 올라섰다.
◇MPP가 움직인다=빅5는 올해 본격적인 자체 제작 시대를 열고 있다. 이 가운데 CJ미디어가 가장 적극적이다. 신규 채널 tvN을 앞세워 여성 버라이어티 토크쇼 ‘옥주현의 라이크 어 버진’, HD급 16부작 미니시리즈 ‘하이에나’, 연예방송 ‘리얼스토리 묘’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온미디어도 올해 ‘가족연애사2’ ‘썸데이’ ‘코마’ ‘시리즈 다세포소녀’ 등을 제작·방영중이다.
MBC드라마넷은 최근 제주방송과 포항방송 등 전국 8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공동 투자해 미니시리즈 ‘빌리진 날 봐요’를 제작한다. KBS N은 PP 제작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을 제작해 12월께 방송할 예정이다. SBS미디어넷은 아직 드라마나 영화 영역에 진입하진 않은 상황이다.
빅5의 이런 행보는 전체 PP시장에서 이들이 갖는 수익의 힘을 바탕으로 한다. 빅5의 지난해 순이익은 960억원으로, 전체 PP의 순익을 넘어선다. 즉 나머지 PP는 평균적으로 적자라는 뜻이다. 올해 빅5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에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MPP의 최종 목적지는 ‘실질적인 다채널 유료방송’ 시대다. 지상파의 콘텐츠 유통 창구가 아닌, 유료방송용 콘텐츠의 제작·유통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제작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라며 “MPP, 특히 온미디어와 CJ미디어가 앞으로 자체 제작 분야에서 어느 정도까지 투자와 수익 균형을 맞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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