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홈쇼핑채널, 정책 일관성이 생명

[열린마당]홈쇼핑채널, 정책 일관성이 생명

유통업은 그 사회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시장의 발생은 시장에서 물건을 팔 수 있을 만큼 잉여생산이 이루어지고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있다는 경제 수준의 표현이다. 상설시장은 도시의 발생과 발달을 반영하는 것이고 TV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의 발달은 이들 매체의 경제적 영향력 증대를 나타낸다.

 유통시장 개방 이후 유통환경은 유통기업의 대형화와 과점화의 진전이었으며 그 결과 소매유통업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아우르는 시장을 지배하게 됐다. 특히 최근 할인점 업계에서 까르푸와 월마트 등의 인수합병이 이뤄지면서 대형 유통기업의 수직 및 수평통합이 가속화돼 유통산업의 독과점이 심화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국내 TV 시청가구의 80%가 케이블TV에 가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TV홈쇼핑은 출범 당시부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리라는 기대 속에 사업권 확보를 위해 많은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따라서 정부는 ‘한정된 재화’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의를 통해 선정된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승인해 주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물론 이런 홈쇼핑채널 정책은 현행 방송법 9조의 ‘상품소개와 판매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 사용사업자에게는 그 사업에 대해서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득해야 한다’ 는 내용에 근거한다.

 최근 한 대형 유통기업이 우리홈쇼핑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홈쇼핑사업에 진입하게 됐다. 이미 백화점·할인점·인터넷 홈쇼핑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 기업은 숙원사업인 TV홈쇼핑을 인수함으로써 유통산업에서의 수평통합을 완성하게 될 전망이다.

 현 상황은 몇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이런 형태의 시장 진입이 옳은가 하는 문제다. 성문법 체계를 가진 우리 법체계에서 절차를 거치지 않는 시장 진입을 과연 합법적이라고 판단할 것인가. 둘째, TV홈쇼핑에 우회진입하려는 이 업체는 예전에도 두 번이나 사업권을 신청했다가 승인을 얻지 못했다. 정부의 홈쇼핑 채널배분정책의 틀에서 사업권을 얻지 못한 기업이 사업권을 ‘매매’를 통해 얻을 수 있다면 정부 정책은 더는 유효할 수 없다. 이는 결국 홈쇼핑 채널사업권이 시장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투기의 대상이 됐다는 것으로, 방송위원회의 홈쇼핑 채널 배분이 경매제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유통산업의 독과점 심화를 초래하는 시장 왜곡을 우려한다. 이미 다른 유통업태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유통기업이 홈쇼핑까지 진출할 경우 상품을 공급하는 다수의 공급자의 협상력을 약화시켜 불공정거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TV홈쇼핑 사업 환경에서는 SO 등에 대한 수직통합의 시도 등을 유발해 방송업계의 경쟁환경마저도 왜곡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의 문제도 제기돼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거래의 유효성이다. 우리홈쇼핑의 대주주는 TV홈쇼핑사업권 재승인 과정에서 지분매각을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제출하고 재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정책이다. 케이블TV 정책의 모순은 수익성이 약한 대부분의 케이블TV 채널사업에 대한 진입은 자유인데 유일하게 수익을 실현하는 TV홈쇼핑 채널사업은 진입장벽을 설정해 막대한 이익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장사가 안 되는 채널은 활짝 열어주고 장사가 잘 되는 채널은 묶어놓는 구조는 향후 방송·통신의 융합, 인터넷TV의 등장 이후 케이블TV산업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케이블TV 채널배분 정책에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10년간 케이블TV와 TV홈쇼핑 채널사업에 대한 규제는 지켜졌다. 방송위원회는 홈쇼핑채널사업자를 선정했으며 이 기업은 두 번의 사업자 신청에서 탈락했고 그 결과는 존중됐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방송위 결정에 반하는 이 사태에 대해 위원회는 최대주주 변경승인의 과정에서 명확한 의사결정을 통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승인권의 유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부족한 자원을 적정하게 배분하는 문제는 경제학자들에겐 연구대상이지만 정책권자에겐 현안이다. 이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는가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이 방안을 쓸 수 있을지, 아니면 휴지통에 던져 넣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최재섭 남서울대 국제유통학부 교수jschoi@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