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괴기부

 과학기술부를 출입하는 기자는 가끔 기사 마감시간에 쫓겨 노트북PC 기사창에 ‘과기부’를 ‘괴기부’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 점 하나 차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전해지는만큼 기사를 다시 읽어보다가 이를 발견하면 흠칫 놀라며 글자를 정정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실수를 고의로 저질러볼까 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과기부의 움직임은 괴상하고 기이하다.

 지난 9일 북한의 핵 실험 단행 이후 과기부의 대응태도는 연일 도마에 올랐다. 위성사진 확보 논란, 핵 실험 추정 위치 번복, 방사성 물질 측정·발표 등 북한 핵 실험 전후에 나타난 과기부의 일거수일투족은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초기 대응 문제야 경험미숙, 기술부족 등으로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핵 실험 이후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과기부는 지난 25일 ‘뒷북 발표’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북한의 핵 실험 실시와 방사성 물질 ‘제논’ 검출 사실을 발표했다. 국민 안위와 관련된 발표를 하면서도 정확한 검출량을 밝히지 않았던 과기부는 지난 30일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에게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이날 밤 늦게 갑자기 제논 검출량을 발표했다.

 마치 보안을 이유로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껴안고 있던 자료를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발표하고는 자료 이상의 추가질문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원칙적인 대답만 되풀이했다.

 물론 국민이 궁금해 하던 사안을 국민 요구에 따라 뒤늦게라도 발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왜 이러한 일들이 뭔가에 쫓기듯 갑작스레 이뤄지는지 의아할 뿐이다. 이날 밤 자료도 일부 국회의원과 매체의 추측보도가 잇따르자 배포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30일 국감에서 한 야당 의원은 “여러 부처 국감에 참여해봤지만 과기부처럼 발전하지 않는 부서는 처음”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부총리 체제 출범은 이제 갓 2년째지만 과기부가 ‘처’에서 ‘부’로 승격된 지는 8년이 지났고 과학기술처가 만들어진 것은 40년 전인 지난 1967년이다. 두 살배기가 아닌 40세 장년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경제과학부·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