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융합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가 내부적으로는 세 가지 고민에 빠져 내년 경영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O업계는 지난 5∼6년간 인수합병(M&A)을 통한 MSO화로 거대화의 길을 걷는 한편 신규서비스인 초고속인터넷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SO들은 △디지털 전환 난항 △초고속인터넷 고속성장시대 마감 △신규서비스인 인터넷전화(VoIP)에 대한 불투명한 시장전망 등에 부딪히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이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더딘 디지털전환=케이블TV는 1400만 아날로그 가입가구를 보유한 게 최대 힘이지만 이는 반대로 막대한 가입가구를 디지털로 전환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은 셈이다. MSO인 CJ케이블넷이 이미 지난해 2월 디지털케이블TV 상용화에 나서며 전환 작업은 시작됐지만 전체 전환 결과는 매우 초라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2006년 말 100만가구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해 말에는 50만가구로 낮춰잡았고 실제로 9월 말 현재 20만 가구에 그친다.
CJ케이블넷 고위 관계자는 “수익 측면에서 공급자가 희생적 접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오픈케이블방식 등을 지키다보니 디지털 셋톱박스 가격이 20만원대가 돼 보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고객 처지에선 디지털케이블TV에 가입해도 화질과 채널 수의 증가라는 혜택이 있지만 이용요금은 3∼4배나 뛰는 상황이 불만족스럽다. 반면에 MSO는 디지털케이블TV 보급을 위해 각종 인프라 투자와 마케팅 비용으로 그만큼의 요금을 받아도 초기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것.
◇초고속인터넷성장률 정체=SO 성장을 도와준 초고속인터넷가입가구의 고속성장도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 2분기부터 방송권역별로 순감소하는 지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저가의 초고속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200만가구가 넘어서면서 증가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현재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포화됐기 때문에 순증을 위해선 다른 사업자의 가입가구를 유치해야하지만 시장은 이미 가격보다 속도 경쟁 쪽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KT나 LG파워콤 등 통신사업자들에 오히려 가입가구를 뺏기는 사례도 이젠 흔하다.
◇VoIP시장은 아직 불투명=SO가 통신사업자에 앞서 선점할 것으로 기대돼온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방송+전화+인터넷) 시장도 VoIP서비스 시점이 미뤄지면서 불투명하다. 당초 SO들은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을 함께 출범시켜 전국 단위의 인터넷전화를 개통해 TPS시대를 앞서갈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인터넷전화는 정부의 요금 정책 등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초기 시장 안착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SO들이 이제는 인터넷전화 서비스 로드맵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전망=티브로드·씨앤앰커뮤니케이션·CJ케이블넷·HCN 등 거의 모든 SO가 이런 문제에 고심 중이다. 해법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최근 DTV 보급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저가 보급 셋톱박스만 만들 여건이 되면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초고속인터넷도 예전과 같은 고속성장은 아니지만, 아파트 지역의 광랜 구축 등으로 대응에 나서는 방향으로 MSO들이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인터넷전화는 서비스 시점과 가입자 확보는 불투명하지만 장기적으론 어떤 형태로든 가져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SO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며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새로운 성장 체계를 갖추기 위해 여러 방안을 도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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