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인수는 시기상조인가?
세계최대(대수 기준)의 TV 생산업체인 중국 TCL이 유럽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만 벤큐에 이어 서구 글로벌 기업 인수 실패 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TCL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폴란드 공장을 매각하고, 프랑스에 위치한 유럽 본부와 판매· 마케팅 자회사를 포함해 유럽 사무소 7개 중 5개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TCL은 톰슨브랜드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 및 RCA 브랜드를 사용하는 미국에서 고유 브랜드 판매를 중단한다.
TCL의 실패는 브라운관TV 기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인수한 톰슨의 프로젝션 TV로 빛을 보기도 전에 LCD TV가 대세를 이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1345명의 유럽 TCL 종업원들의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TCL 측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5790만달러(539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TCL은 저가 제조공장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꾼 1세대 중국계 기업으로 지난 2003년 프랑스 톰슨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언어 장벽과 기업문화 차이로 고전했다. 특히 TV 사업에 시너지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TCL은 15억9000만홍콩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인수 후 누적 손실이 2억300만유로(2433억원)에 이른다.
TCL은 계약에 따라 2008년까지 프랑스 앙제의 TV 공장은 유지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앙제 공장을 TV 대신 DVD같은 멀티미디어 제품 생산 시설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TCL은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의 TV 제조업체다. 올해 TV 생산량이 2230만대에 달하지만 25%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이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