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는 한국과 독일 양국의 과학기술협력의 해를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우리 과학기술부에 해당하는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MBF)가 앞으로 1년간 한국에서 진행할 ‘리서치마케팅 코리아 캠페인’의 개막식이었다. 리서치마케팅은 독일이 신진 산업국가를 대상으로 자국의 연구사업을 홍보하고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한국이 그 첫 번째 대상국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처럼 뜻 깊은 사업의 첫발을 내딛는 날, 아네테 샤반 BMBF 장관이 한국 언론과의 첫 만남에서 보여준 첫 인상은 실망스러웠다. 독일 정부는 행사를 앞두고 주한 독일대사관을 통해 샤반 장관 기자회견 초대장을 보내왔다. 자연스레 회견장에는 리서치마케팅의 취지와 계획 등을 샤반 장관의 입을 통해 들으려고 많은 국내 기자가 모였다.
별다른 설명 없이 예정보다 20분 가까이 늦게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샤반 장관은 “한국과 독일 모두 과학기술 발전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양국 관계의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샤반 장관은 질문도 받지 않고 다른 관계자들의 인사말이 끝나기도 전에 별다른 설명 없이 자리를 일어섰다. 이를 본 통역요원이 다음 일정으로 인해 먼저 이동한다고 설명했기에 그가 떠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음 일정이 한·독 과기장관회담이었다고는 하나 지연된 행사시간을 감안해 최소한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니었나 싶다.
그나마 한국 기자들의 항의의 목소리가 전해져 1일 오후 늦게 샤반 장관 측이 2일 기자회견을 다시 갖겠다고 제안해 온 것은 다행이나 이미 첫 인상은 구겨진 뒤였다.
리서치마케팅은 독일이 자국의 과학기술을 알리기 위해 우리에게 제의한 것이지 한국이 투자유치를 위해 그들을 ‘모셔온’ 것이 아니었다.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은 ‘독일―아이디어의 나라(Land of Ideas)’다. 미국·서유럽에 비해 협력이 부진한 신진 산업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아이디어는 좋지만 과연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마음가짐은 돼 있는지 묻고 싶다.
경제과학부·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