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터넷 시대의 최대 히어로 구글은 지난해 사용자의 검색 정보를 내놓으라는 미 법무부의 요구를 단칼에 묵살했다. 신생기업다운 패기 넘치는 대응에 세계 네티즌들은 놀라움과 박수를 동시에 보냈다. 하지만 중국에서 구글의 태도는 달랐다. 이용자의 검색어를 검열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비즈니스를 위해 인권까지도 무시한다며 구글을 맹비난했다.
야후 역시 중국의 손을 들었다. 2005년 야후는 중국 정부의 비밀문서를 외국 기업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시 타오 기자의 e메일 정보를 중국 당국에 제공함으로써 그가 유죄판결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리양 야후 창업자는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회사가 위치한 국가의 법을 따라야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속지법에 저항하는 기술이었던 인터넷이 속지법 집행을 도와주는 기술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세기 막바지 인터넷의 등장은 인간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혁명이었다. 사람들은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국경이나 정부 같은 보이지 않는 속박에서 그들을 해방시켜 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같은 예측들이 보기좋게 빗나갔음을 통쾌(?)하게 지적한다. 여러 사례를 통해 초창기 인터넷 리더들의 기대와 예측의 허를 찌르고 있다.
국경은 여전히 존재할 뿐 아니라 각국 정부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통제권을 쥐기 위해 투쟁도 마다 하지 않는다. 또 실리를 추구하는 기업을 상대로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까지 통제하려 한다. 대표적인 예가 야후와 구글이다.
이 책 ‘인터넷 권력전쟁’은 사이버 자치 커뮤니티를 꿈꾸던 인터넷 창조자들과 미국 정부의 투쟁, 그리고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숨진 인터넷의 창조주 존 포스텔, 프랑스 정부와 투쟁을 벌인 야후, 중국 정부 앞에 무릎 꿇은 구글, 인터넷 프라이버시의 기준을 정한 유럽연합, 인터넷 사기행위와의 투쟁 끝에 정부 권력의 필요를 깨닫게 된 e베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의 기본 틀과 지배구조가 국가 간, 네트워크 이데올로기 간 충돌로 인해 초기의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지리적 구분과 정부의 강제력이 갖는 근본적인 중요성은 변함없고 △인터넷의 기술적 발전과 광범위한 보급으로 인해 오히려 국가별로 쪼개지고 있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사용자들이 인터넷의 피해로부터 보호받는 등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3가지 주제를 말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인터넷 혁명을 꿈꾸다 △정부의 반격이 시작되다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3개의 큰 카테고리 내에서 11장으로 나뉜다. 인터넷을 두고 벌어지는 각국 정부와 인터넷 이용자들 간의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그것을 통해 향후 변화 모습 등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잭 골드스미스·팀 우 지음. 송연석 옮김. 웅진 뉴런 펴냄. 1만5000원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