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융합추진위(융추위)의 기구개편 논의가 일단락된 후 급부상한 게 콘텐츠다. 콘텐츠산업은 IT산업과 함께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로 거론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다. 그만큼 콘텐츠의 중요성은 모두 인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6일 한명숙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을 통해 “(융합추진 논의와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종합방안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융추위도 일원화된 콘텐츠산업 육성 방안을 건의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통신·방송 통합기구 출범 논의를 앞두고 부각되고 있는 콘텐츠산업 관련 논점은 현재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하나는 논의 시점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산업의 소관 부처에 관한 것이다.
우선 논의 시점을 보면 융추위가 밝힌 시점이 언제냐는 데 모인다. 여기에는 통합기구 출범 후로 보느냐와 통합기구 설립에 관한 법률 등이 나온 시점으로 보느냐에 대한 이견이 있다. 현재로서는 콘텐츠산업이 중요한만큼 기구개편안이 어느 정도 마련된 이후 바로 콘텐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콘텐츠산업 업무분장에 대해서는 문화관광부·방송위원회·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와 기관 간 이견이 있다.
정통부는 통합기구가 출범하면 여기서 방송영상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 진흥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고 보고 있다. 반면에 방송위 측은 방송영상 콘텐츠는 통합기구가 맡고, 이를 제외한 콘텐츠는 문화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화부는 정통부와 방송위와는 또다른 생각이다. 콘텐츠산업은 하나의 독임제 부처에서 기금 등 산업 육성을 담당해야 하는데 이 독임제 부처는 문화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기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에 대한 소관도 정통부에서 문화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각 부처와 기관의 의견이 모두 다른만큼 합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융추위가 콘텐츠산업을 일원화하기로 한 총론에 접근한만큼 어느 범위까지를 하나의 범주에 넣을지에 대한 후속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현재로서는 방송 콘텐츠는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여기에 문화부는 콘텐츠산업의 기본 속성인 진흥업무를 위해 기금에 대한 정리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의 과정에서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은 콘텐츠산업 발전과 국가적인 콘텐츠 경쟁력 확보라는 대승적 가치를 위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래지향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이야 콘텐츠를 전송수단과 제작방법 등에 따라 분류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분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기술 발전과 디지털화에 따라 플랫폼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시대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하나의 디지털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여러 창구로 분배되고 표현되는 양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산업의 일원화가 필요한 진짜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 분야가 중요한만큼 이에 대한 관할권을 서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통합기구 관련법 공청회나 입법 과정 등에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