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칼리 피오리나 지음. 공경희 옮김. 해냄출판사 펴냄. 1만5000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와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바쳤다.”

 이 책은 비즈니스계 입문한 지 22년 만에 글로벌 기업 HP의 CEO가 된 한 인재의 성장 스토리이자, 힐러리 클린턴에 대적할 유일한 파워우먼으로 손꼽히는 리더가 언론 뒤에 감춰진 속 마음을 털어놓은 내면의 기록이다.

 법학자인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녔던 칼리 피오리나는 프랑스어·라틴어 등 여러 언어를 공부했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다. 가풍에 맞춰 UCLA 법대에 진학했지만, 전례를 들어 과거를 지향하는 학문적 특성이 싫어 고민하다 결국 자퇴하고 23세에 부동산 회사의 직원으로 비즈니스계에 입문, MBA 과정을 마친 후 25세 때 AT&T에 입사해 2년 만에 관리자로 승진했다. 판매 부문을 거쳐 엔지니어링 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그녀는, 몇 년 동안 초과 지불했던 비용을 발견해 재정의 허점을 메우는가 하면, 정부조달 건과 관련해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고 거액을 수주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그녀는 네트워크 시스템 부문서 탁월한 업무 실적을 올려 마침내 사장단에 입성하게 된다.

 루슨트테크놀로지 선임 부사장으로 2년을 보낸 그녀는 1998년에 포천지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로 선정돼 많은 회사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1999년 2월 HP의 CEO직을 제안받게 되고 포천지 선정 20대 기업의 첫 CEO로 거듭난다. HP에 취임한 그녀는 87개 사업 부문을 17개로 통합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연구소 확장 및 고객 서비스를 확대해 HP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2001년 초반 컴팩 인수 계획이 언론에 흘러나가 창업자와 이사회의 힘겨운 싸움 끝에 2002년 컴팩과 합병을 성공한다. 그러나 2005년 이사회에서만 논의된 회사 개편설을 언론에 폭로되는 사태로 말마암아 결국 그녀는 “진실만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믿음으로 사임이 아닌 해직임을 당당히 밝히고 HP를 떠난다.

 이제까지의 CEO 자서전과 달리 이 책은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 피오리나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56년의 인생 중 HP는 단 6년을 차지하지만 피오리나는 이 책의 3분의 1을 할애했다. 불명예 퇴진의 아픔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함께 일했던 직원 하나하나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HP 직원들의 헌신과 저력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 세계적인 인물이 된 칼리 피오리나가 평사원부터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조직 관리 과정을 꼼꼼히 소개한 이 책은 “비즈니스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다”라는 주제로 조직 내 파트너십과 신뢰를 쌓아 마침내 진정한 리더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는 비즈니스 교과서임에 틀림없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