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통·방융합에 대한 각오

통신·방송융합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한 지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4년부터 토론회·세미나 등 300여회가 넘는 통·방융합 관련 이벤트가 진행됐고 정부와 국회 차원의 수많은 활동이 추진됐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새로 출범한 위원회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과 회의감이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국무총리 자문 성격의 위원회 특성상 위원회 활동 결과의 도출과 반영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었고 이에 대해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표류해온 통·방융합 문제가 지난 3개월 동안 위원회에서 논의된 그 자체가 큰 진전이었으며 특히 과거 통·방융합 활동과 비교할 때 명확한 목표 설정, 참여인사들의 적극성과 책임의식, 국무조정실의 협조 등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위원회는 논의 끝에 통합위원회안과 소수 두 개 안 등 총 세 개의 통·방 기구개편안을 도출, 국무총리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통·방융합 기구 개편이 최종 완성되기까지는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할 것이다. 정부·국회·기업·사회 각계의 의견 수렴 및 국민적 합의가 남아 있고 위원회 건의안의 국회 제출 및 통과 과정에서 이해집단 간 로비와 정치적 해결의 변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기구 개편 논의가 위원회 활동의 핵심 선결과제이긴 하지만 IPTV 서비스 도입과 콘텐츠 육성 등 산업 활성화 논의가 부족하고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는 규제체계 및 법제 개편 등의 산적한 후속 과제도 언제든지 위원회 활동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한미 FTA 4차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의 융합서비스 시장 전면 개방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우리의 산업환경과 규제체계가 너무 미비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어 향후 주고받기 식 협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따라서 지금은 통·방융합 논의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시점이며 방통융합추진위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각오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첫째, 위원회는 출범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제 막 기구 개편이라는 4대 논의 의제 중 하나에 대해 절반의 완성을 이룬 시점에서 향후 과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출범 당시 3대 기본 목표인 기구 개편, IPTV 도입, 디지털 방송 활성화에 모든 논의의 초점을 둬야 한다.

 그리고 이른 시일 내에 통·방융합의 틀을 만들고 융합서비스를 실시토록 하여 미래 한국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

 둘째, 위원회는 외부 입김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위원회 활동을 보면 앞으로 외부 입김에 의한 ‘위원회 흔들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 부처 보고나 의견 청취는 사안에 따라 필요하지만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부처 간 이기주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로부터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견을 구하기는 어려운만큼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위원회의 산적한 의제를 감안할 때 논의에 속도를 내고 논의 방향에 대한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올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에 쫓겨 통·방융합을 졸속으로 논의해서도 안 되지만 내년 대선과 이에 따른 정치적 변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통·방융합 추진을 위해 올해 안에 꼭 논의해야 할 일들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

 특히 IPTV와 같은 융합 서비스의 실시가 기구 개편 논의에 밀려 계속 지연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구 개편과 상관없이 IPTV 상용화나 서비스 도입이 가능토록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과거 수년간 통·방융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또다시 흐지부지된다면 융합 서비스의 조기 실시와 새로운 시장질서 확립 그리고 소비자 편익을 바라는 국민의 거센 항의에 봉착하고 결국 후세에 짐을 지우는 과오가 될 것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김찬성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grant@fki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