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애니메이션 산업의 선진화](https://img.etnews.com/photonews/0611/061110022902b.jpg)
애니메이션은 극장용 장편, 홈비디오용, 방송용 애니메이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디어 증가로 근래에는 와이브로·브로드밴드용·DMB용 애니메이션이 생겨나는 등 사업 목적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물론 장르별로 크로스오버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 중에서 홈비디오용(DVD 포함) 애니메이션은 교육용 콘텐츠 시장을 제외하고는 매우 취약하다. 참고로 이 분야의 일본시장은 1조원, 미국은 6조원 안팎에 이른다. 따라서 방송용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할 장르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방송용 애니메이션의 정의와 목적을 구분해 보면 말 그대로 방송에 필요한 방송물로서의 존재가 본질이고 방송용 콘텐츠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차후의 수익적 가치를 찾아야만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중심이 돼 애니메이션을 기획·제작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도 이제 좋은 애니메이션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돈 버는 애니메이션은 아직 많지 않아 애석한 심정이다.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안 되겠지만 일본의 예를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연간 100편 이상의 방송용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의 90%가 제작사가 아닌 완구·게임회사·비디오유통사·음반사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즉 만드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또 미국은 광고시장 규모가 크므로 방송용 콘텐츠로만 잘 만들어도 적정한 수익이 보장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상파의 경우 법에 묶여 할 수 없이 국산 애니메이션을 비싼 금액을 치르고 구매해 주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애니메이션 편성시간의 광고 수입이 적자일 수밖에 없다. 또 방송사가 무리해서 비싸게 구매해 줘도 그것만으로는 총제작비의 20∼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므로 결국 다른 수입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은 방송용 애니메이션은 위에서 언급한 상품판매의 마케팅 수단으로 가정해 놓고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같이 팔기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다면 상식적으로 그 중심에는 상품을 팔 회사가 서 있어야 한다. 즉 애니메이션 기획 순서는 상품 기획이 가장 우선이어야 하고 이 작품이 가진 성격을 잘 파악해 파생되는 상품이 잘 팔릴 수 있게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공식을 대입할 구조를 짜는 데 공을 들여온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질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인지에만 투자를 집중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그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이제 우리 애니메이션은 세계 어디에 내보여도 당당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몇 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일본 포켓몬스터만 보더라도 우리가 절대로 만들지 못할 정도의 대단한 작품은 아니지 않은가.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사전 기획에 따라 먼저 상품 제작 방향을 잡아주고 이를 바탕으로 제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원작산업에서 파생산업으로의 확대는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도성을 갖고 철저히 사전에 기획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제는 애니메이션을 창조성과 함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런 선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김진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 kjk@koc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