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이하 융추위)가 확정한 통합기구 개편안 골자는 현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1 대 1로 합치는 것이다. 물론 정통부와 방송위는 이 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남은 것은 새로 탄생할 기구의 세부 구성과 기능 배분을 어떤 식으로 할지다.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조직체계와 기능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융추위 지원단에서는 관계부처 실무책임자들이 모여 통합기구 설립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위원선임 방법과 위원 역할, 조직 위상 등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뤘지만 직원의 신분·직급·보수 등 8개 쟁점사항은 조율 중이다.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통합기구와 기존 정부조직 사이에 배치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조직을 탄생시키는만큼 탄력적인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위원 선임과 역할=통합위원회의 최고 의결기구는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5인은 위원장 외에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각각 2명으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사이에는 서열을 두는 계서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위원을 모두 정무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기존 조직의 정무직 수가 7명(방송위 5, 정통부 2)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명 모두 정무직 임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선임은 정파적 배분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5명을 모두 임명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단 대통령의 편향적인 선임 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해 위원장 임명은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치게 되며, 겸직 금지 등의 단서 조항을 둘 것으로 보인다. 또 위원장을 탄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통합기구 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할 권한은 갖지만 국무위원 자격을 갖지는 않는다. 현재 국무위원은 총리 산하여서 대통령 산하가 될 통합기구 위상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국무회의에 법안개정안 등의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총리를 통해 제출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심의기구 분리=통합기구에서 내용 심의와 관련된 조직은 별도 분리하기로 정리됐다. 정부조직이 내용 심의까지 맡게 되면 자칫 검열기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 심의기구 분리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가 통·방 내용을 심의한다는 것은 ‘심의’의 개념이 아니라 ‘검열’ 개념”이라며 “모니터링과 심의규정 제정, 제재 기준에 따른 제재 수위 판단까지 민간기구에 일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분리하는 내용심의 기구의 소속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물등급위원회처럼 무소속 독립기구로 두는 방안도 가능하다.
◇조직 융합이 핵심=통합기구의 성격은 이른바 ‘독임제를 가미한 합의제 위원회’다. 가장 효율적인 조직체계는 이 기본성격에 맞게 구성하는 것이다. 즉 독임제 기능을 위한 진흥업무 담당 조직과 합의제 기능을 위한 규제업무 담당 조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방송위 조직과 정통부 조직을 한데 섞어 새로 재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방향은 통신과 방송의 조직을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분류가 모호한 융합서비스는 합의제 위원회가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통합의 의미가 퇴색된다. 통신은 기존의 정통부가, 방송은 방송위가 각각 관장하는 형태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건물 안에 들어왔다는 의미를 넘기 힘들다. 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융합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규제와 진흥업무에 맞게 정통부와 방송위 조직을 허물고 새롭게 짜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선 조직을 합치고 장기적으로 융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