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감성 소비자시대

몇년 동안 휴대폰 업계의 주요 화두는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 등 디지털기기와의 결합 여부였으며, 이는 곧 카메라 화소로 대표되는 고기능화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를 가져왔다. 최근에는 WCDMA/HSDPA, 모바일 와이맥스 및 DMB 등과 함께 휴대폰 컨버전스가 고도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즉, 영상전화나 TV로 변신하는 등 우리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유비쿼터스 시대의 핵심 허브로 자리 매김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는 이러한 시대의 주인공을 탄생시키고자 사활을 걸고 첨단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기능의 휴대폰을 시장에 선보여 왔다.

 최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성향이 한층 다양해지면서 고객은 꽉 찬 기능의 컨버전스 휴대폰과는 또 다른 컨셉트의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모습으로 진화해온 휴대폰이기에 변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감성 코드가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이는 단숨에 휴대폰 업계의 주류로 떠올랐다. 이러한 감성 트렌드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전 산업에 걸친 장기적인 변화다. 과거에 비해 많은 정보와 구매력을 보유하게 된 소비자는 본래의 기능에 추가해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호하게 됐고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기업은 아이팟, 스타벅스 커피 등 블루오션 제품을 쏟아내며 업계 리더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휴대폰에서 감성 트렌드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최근 경향으로 볼 때 △품질·내구성 등 본연의 요소에 충실하면서도△꼭 필요한 첨단 기능을 갖추고 △고객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감성 트렌드를 만족시키는 휴대폰이라 정의할 수 있다. LG전자가 이를 반영해 탄생시킨 제품이 지난해 말 출시한 초콜릿폰과 최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이용, 품질과 내구성은 물론이고 고급스러움을 배가시켜 선보인 ‘샤인’이다. 초콜릿폰은 600만대 판매 고지를 향해 진군하고 있고 샤인 역시 순항하고 있다.

 휴대폰 표면을 둘러싼 소재가 전체적인 느낌과 내구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도 실제로 금속을 쓰는 일은 전파 수신율 저하와 가공 문제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게다가 알루미늄·마그네슘·티타늄 등 다른 금속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훨씬 고급스러운 빛깔과 질감 그리고 무늬를 표현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카메라·냉장고·세탁기 등에 많이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휴대폰 같은 작은 제품에 적용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고객의 감성 트렌드를 우선하기 위한 이러한 난제의 극복은 향후 출시될 휴대폰의 기구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기술로 기록될 것이다.

 이같이 고객의 소비 코드를 제대로 읽고 그 트렌드를 적용해 선보인 제품은 시장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미래연구소인 코펜하겐 미래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자신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에서 ‘정보화사회 다음으로 소비자에게 감성을 제공하는 기업이 차별화되는 감성사회가 다가온다’고 했듯이 감성 트렌드를 지배하는 기업이 오랜 기간 휴대폰 업계를 선도할 것이다. 2006년은 우리 기업이 제시한 감성 트렌드가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전 세계 고객에게 깊이 각인된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것이며, 이로써 한국 휴대폰 기업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임을 확신한다.

◆박문화 LG전자 사장 mhpark@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