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끝난 행사를 두고 1년 뒤의 ‘지스타2007’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섣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E3나 일본의 도쿄게임쇼(TGS), 유럽의 게임 컨벤션이 행사를 끝내기 무섭게 차기연도 기획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논의가 그다지 이른 것만은 아니다.
성과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지스타2006에서는 세계가 주목할 만한 한국산 게임이 여럿 나왔고 해외 바이어들도 너나없이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해외 메이저를 바짝 긴장시킬 굵직굵직한 발표도 있었고 한국 시장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해외 업체의 관심과 의욕도 컸다.
유럽 최대 게임강국인 영국에서 온 한 바이어는 “말로만 듣던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실감했고 눈으로 확인했다”며 “온라인 확산과 함께 이제 막 시작하려는 우리와 달리 벌써 한국은 미래 게임시장에 확실히 뿌리를 내린 듯하다”며 감탄했다. 중국·일본·북미·유럽 등 주요지역의 간판 게임업체들이 거의 빠짐없이 참가 또는 참관해 우리 산업과의 협력 방안을 면밀히 타진했다. ‘한국 배우기’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성과에 안주할 만큼 넉넉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밑에서 오간 다양한 비즈니스 미팅과 교류 활동을 제외한다면 표면적으로 국제전시회라고 이름 붙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국내판이었다. 그나마 대형 업체 가운데 참가하지 않은 곳이 많아 전시공간은 이빠진 듯 허술함이 확연했다.
지금부터 1년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음을 조직위원회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일부기는 하지만 ‘이번 행사가 마지막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우가 진짜로 기우임을 입증하기에 1년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다.
철저히 성과에 바탕을 둔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바꿔야 할 것은 확실히 바꿔야 한다. E3와 도쿄게임쇼에서 볼 수 있는 전 세계 게임시장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혁신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배워야한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아케이드게임 참가 부진과 이에 따른 분위기 위축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주도의 국제게임쇼의 화려한 축제를 승화시키지 못한 변명이어서는 곤란하다. 만일 그렇다면 1년 뒤 ‘지스타2007’은 발전은커녕 참담한 모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콘텐츠팀·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