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퐁이 있었다.’
DEC사의 메인프레임으로 운용되던 게임 ‘스페이스 워’를 즐기던 유타대 출신의 청년 놀런 부시넬은 1972년 ‘퐁’이라는 게임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의 아타리사를 세계 게임역사상 가장 유명한 게임업체 반열에 올려놓는다. 퐁은 검은색 모니터 화면 가운데 세로로 그어진 점선(네트)의 양쪽에서 두 개의 세로 실선(탁구 라켓)으로 흰 점(공)을 상대편에게 쳐서 점수를 내는 핑퐁 게임이었다.
이 단순한 게임은 스낵바 등에 설치되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하며 당시 29세의 게임벤처 사업가인 그를 돈방석에 앉게 했다. 워너는 아타리를 2800만달러에 인수한다.
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의 중장년이 기억하는 제비우스·갤러그 등의 게임이 등장해 유행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으로 넘어서면서 8비트팩 게임기 게임보이 시대로 한시대를 풍미하던 닌텐도를 제치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이 게임에 3D 혁명을 가져오게 된다.
그때까지 2차원 그래픽 구현이 고작이던 게임기를 중대형 컴퓨터에서나 가능한 고성능 3차원 그래픽으로 바꾸고 내용도 전 세계의 문화를 가미하는 등의 노력으로 워크맨 이후 베스트셀러 없이 고전하던 소니를 세계적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후의 세계 게임계는 소니·MS·닌텐도 간 콘솔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95년 우리나라의 넥슨이 ‘바람의 나라’로 온라인 게임의 등장을 세상에 처음 알린 후 블리자드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내놓으면서 우리를 뒤쫓기 시작했다. 10여년이 흐른 지난주 서울의 서북쪽 일산 킨텍스전시장은 제2회 지스타 전시회 행사차 방한한 세계 게임업계 관계자가 총출동해 세계의 게임 추세를 보고 알리기에 분주했다. FIFA 게임으로 유명한 미국의 EA조차도 한빛·네오위즈 같은 우리 업체와 손잡고 온라인 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게임의 메카요 천국으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된 한국 온라인 게임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액토즈가 중국의 샨다와 손잡고 중국 진출의 꿈을 펴다 자중지란 속에 결국 중국에 먹혀버린 쓰라린 경험은 소중한 교훈을 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 온라인 게임 업계를 빛내고 있는 우리 게임업체들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처음에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있었다’는 자존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바람’을 계속 일으켜주길 바란다. 이재구 콘텐츠팀장@전자신문,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