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PSP, 닌텐도 DS 등 휴대용 게임기 출시붐에 맞춰 나왔던 이동통신사의 게임전용폰 시장이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시들고 있다.
지난해 초 KTF와 SK텔레콤이 ‘모바일 게임의 고급화’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게임전용폰을 통한 프리미엄게임서비스가 한계를 절감한 채 고사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난해 4월 KTF는 대대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며 게임전용폰 서비스인 ‘지팡’을 내놓았으며 SKT도 뒤따라 ‘GXG’를 내놓고 공격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섰다.
테트리스 등 저사양 모바일게임에 익숙했던 이용자는 기존 모바일게임에서 맛볼 수 없었던 고사양 그래픽과 빠른 속도감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더욱이 휴대용 게임기에서나 가능한 게임을 휴대폰에서도 할 수 있게 된 시대가 도래했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용량 3D게임 서비스는 전용 게임폰 보급 부족 및 콘텐츠 공급 부진 등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의미를 잃게 됐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함에 따라 새로운 전용 단말기 출시는 중단되고 게임개발업체들도 그다지 전용게임개발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KTF 지팡폰의 경우 지금까지 10만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단말기제조 업체는 게임전용폰 개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임개발 업체도 전용 게임개발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지오인터랙티브는 서비스 초기 ‘스트리트 파이터’ 등 3D 게임 한두 개를 출시했으나 최근 전혀 라인업이 없다. 넥슨모바일의 경우 ‘마비노기’ 등 인기 게임을 지팡이나 GXG용으로 개발, 지금까지 5∼6개 정도 게임을 출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GXG용으로 일부 개발 진행 중인 것만 있을 뿐 지팡용은 없는 상태다. 컴투스도 지난해 5개 정도 출시했으나 올해는 전무했다. 범용성이 없는 게임에 무리하게 개발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모바일게임업계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지팡이나 GXG 부진 원인으로 △단말기 보급 미미 △대용량 게임에 대한 수요 부재 △데이터 요금에 대한 부담 등을 꼽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모바일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출시가 너무 일렀고 휴대용게임과 모바일게임의 중간 영역이라 타깃이 다소 애매했다”며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하더라도 타깃 선정과 출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고사양 휴대폰 게임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어서 시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KTF 관계자는 “최근 일반 휴대폰이 고사양화되면서 전용폰이 아니더라도 3D게임을 가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며 “단말기 고급화와 킬러콘텐츠의 등장이 맞아떨어질 경우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