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UCC’가 뭐야”
신문 정보기술(IT) 면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오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에 대한 40대 이상의 반응이다. UCC란 단어는 그만큼 기성세대에게 낯설다. 하지만 청소년과 20·30대 젊은층에게 UCC는 일상이다.
‘애들의 사이버 놀이터’ 정도로 취급했던 UCC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TV방송 등 기존 미디어를 위협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게 됐으며 새비즈니스의 장이 됐기 때문이다. UCC가 과연 무엇인지, IT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봤다.
# 대학 수능을 2주 앞둔 11월 초. ‘고3의 발악’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청소년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다. 고3 남학생과 여학생 7, 8명이 정말 ‘발악’하듯이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 장면이다.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고 화질도 떨어지는데다 내용도 없다. 한마디로 기존 방송에서는 나올 가치가 없는 영상이다. 하지만, 입시에 찌든 고3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많은 공감을 샀다.
요즘 UCC를 빼놓고 인터넷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단숨에 구글·야후 등을 제치고 인터넷산업의 한복판을 차지했다. 영향력이 커지자 기존 인터넷업체와 미디어산업계를 위협했다. 구글 등이 UCC를 품안에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내에선 판도라TV·아우라·태그스토리·풀빵닷컴·디오데오 등 동영상UCC 전문 사이트들의 인기가 폭등했다. 다음·네이버·네이트닷컴 등 대형 포털도 대응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안정된 수익모델 찾기와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UCC는 미디어다=넓은 의미에서 UCC는 일반인이 인터넷에 올리는 모든 콘텐츠다. 네이버 지식 검색에 올라와 있는 것들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텍스트보다 이미지·동영상·음악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말한다. 특히 동영상이 UCC의 중심이다.
서버·저장장치 등 각종 장비가 싸지고 동영상 플랫폼 기술 진화, 웹캠의 대중화, 동영상 기능 탑재한 휴대폰 보급 등 인프라가 좋아진 게 큰 요인이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밑바탕에 깔렸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이 없다. 인터넷의 기본 속성인 개방, 공유 정신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UCC 세상에는 누구나 주인공이 되며 동시에 관객이 된다. 정형화된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전통 미디어에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영향력도 막강하다. 인터넷의 특성상 일명 ‘펌질’을 통한 파급력이 강하다.
최근에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섰다. 짧은 동영상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며 사회의 관심사를 만들기도 했다. 기능만 놓고 보면 기존 미디어와 다를바 없다. UCC를 비즈니스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저작권 문제가 큰 걸림돌=UCC에 비즈니스를 접목시키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저작권 침해다. 인터넷 상 동영상 UCC의 80%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규웅 다모임 사장은 “사업자와 저작권자의 모니터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우리 네티즌은 자신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저작권 침해 기준 마련과 네티즌 계몽 밖에 당장은 뾰족한 답이 없다.
동영상 광고 형태로 국한된 수익모델 부재도 숙제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했을 때에도 이러한 지적이 나왔다.
국내 UCC업체들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숙제다. 김경익 판도라TV 사장은 “우리가 외국보다 서비스를 훨씬 일찍 시작했는데도 후발 사업자인 유튜브처럼 글로벌 시장을 조준하지 못한 데 자극받았다”며 “조만간 판도라TV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당찬 도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하는 동영상 UCC
e메일에서 검색으로, 검색에서 멀티미디어콘텐츠로 인터넷서비스는 진화했다. UCC업계는 텍스트, 음악, 이미지 등을 총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동영상으로 진화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동영상 UCC도 종착점은 아니다. 또다시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PCC로 승부한다=인터넷 방송 ‘곰TV’를 서비스하는 그래텍(대표 배인식)은 UCC 전략과 함께 PCC(Professional Created Contents) 전략을 추구한다. 영상 제작 기반이 없는 전문가들을 조직, 아마추어적인 UCC와 차별화한 전문 영상으로 승부하겠다는 것.
최근 유명 학원 강사를 영입, 교육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였다.
동영상 오픈마켓 플레이스 픽스카우(대표 육상균)도 흥미만을 추구하는 UCC와는 달리 가치있는 지식정보로 구성된 동영상 지식검색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웹2.0 구현한 플랫폼 제공=UCC 전문업체들은 사용자들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편리하게 관리하는 플랫폼을 적극 개발중이다. 클릭 몇 번만으로 모든 형태의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다모임(대표 이규웅)의 엠엔캐스트(http://www.mncast.com)와 동영상 제작 관리 솔루션 매직원, 판도라TV의 임베디드 서비스 등은 웹2.0의 공유 정신에 입각해 모든 동영상을 누구나 퍼갈 수 있도록 했다. 인기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유엠씨이(대표 우병현)가 운영하는 ‘태그스토리(http://www.tagstory.com)’와 텔미정보통신(대표 이동걸)의 ‘풀샷’, 프리챌(대표 손창욱)의 ‘큐(Q)’ 등도 오픈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모바일, 케이블TV 영역으로 확대=동영상 UCC는 최근 모바일, 케이블TV 영역까지 확대됐다. SK텔레콤이 기존 성인 콘텐츠 메뉴를 중단한 대신 UCC 메뉴를 대체했다. 판도라TV와 다모임은 케이블 채널 내 인기 동영상 코너를 마련해 서비스했다.
이규웅 다모임 사장은 “재미와 감동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화제를 불러모으는 UCC의 파워를 실감한다”며 “UCC를 전폭 지원할 수 있는 질 좋은 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돈이 될까?
동영상 UCC 서비스의 최대 과제는 창작 콘텐츠로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서비스 사업자가 하루빨리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 콘텐츠 생산자와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동영상 UCC를 통한 수익모델은 동영상 앞뒤로 붙는 광고가 전부다. 하지만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서비스인만큼 수익 공유 모델을 개발할 경우 더욱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양질의 동영상 UCC를 생산했다면 합당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도라TV는 동영상 클릭수가 늘어날 때마다 마일리지인 ‘큐피’를 적립해 쌓으면 쇼핑도 할 수 있는 초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웹2.0 미니홈피 서비스 ‘오피’를 시작한 나우콤(대표 문용식)도 콘텐츠 오픈마켓을 통해 수수료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서비스 사업자와 사용자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 매우 중요해졌으며 특히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 스스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성숙한 사용자 인식과 서비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라며 “저작권 문제 해결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UCC 경영자 입장에선 유튜브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형 인터넷 업체와의 인수합병(M&A)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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