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업인 GM대우가 전산 인프라 통합 유지보수 프로젝트에 응찰한 기업들에 제안서 작성 대가를 보상키로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이 같은 결정이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이 아닌 비용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는 민간기업에서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해가는 GM대우의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IT서비스 및 소프트웨어(SW)산업 발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IT서비스 업체들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응찰키로 결정이 되면 전문인력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수개월씩 공동작업으로 제안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입찰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한푼도 보상받지 못한 채 인건비 등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이는 다시 협력업체들에 전가돼 IT서비스 기업들은 물론이고 협력업체인 SW기업들의 부실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대형 프로젝트는 제안서 작성에만 수억원에서 심지어 수십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IT서비스 기업으로서는 입찰에 떨어졌을 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내에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두고 사전심사를 거쳐 될 수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큰 입찰에만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IT서비스 기업들이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빌미 중의 하나다.
IT서비스 업체들이 수십년간에 걸쳐 SW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 사항의 앞자리에 제안서에 대한 보상을 명기하고 부단히 관계당국에 건의해왔던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정부가 20억원 이상 규모의 공공 SW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은 낙찰자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최대 1억원 범위에서 당해 사업예산의 1.3%까지 제안서 작성 대가를 보상해주도록 ‘SW사업의 제안서 보상기준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확정하고 이달 시행키로 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제안서 작성비에 대한 보상이 점차 확산되고 하루빨리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발주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제안서에 대한 보상이 단순히 SW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한다면 명분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발주자에게도 보상금 이상의 혜택이 돌아가야만 하루빨리 반드시 해야만 하는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
제안서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발주자의 처지에서는 우수한 제안서를 여러 곳에서 받게 돼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찰에서 이긴 기업의 제안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만큼 위험을 분산시키고 프로젝트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비용절감까지 포함한다면 제안서 보상 이상의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당장 눈앞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제출한 제안서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질적으로 우수한 많은 IT서비스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게 만든다. 결국 타 업체보다 한발 앞선 IT시스템 구축이 경쟁력인 정보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제안서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의 규정대로 보상이 시행된다면 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입찰에서 떨어진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보상대상인 두 개 기업을 다 합쳐봐야 고작 3000만원 수준이다.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어렵겠지만 실질적인 정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보상금 현실화를 위한 정부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