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피엔딩

 끝났다. 그것도 매우 유쾌하게.

 지난 13일 저녁에 있었던 여성벤처협회의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와 관련해 훈훈한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자칫 혼탁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두 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던 송혜자 현 회장(우암닷컴 사장)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결과다.

 과정은 이랬다. 선거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송 후보와 당선된 배희숙 후보(이나루티앤티 사장)가 팽팽하게 맞섰다. 심지어 투표권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를 놓고 주무 부처인 중소기업청에 자문할 정도로 선거는 혼탁 일로로 빠져드는 양상이었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알고 있던 기자는 자칫 이날 이사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둘 중 한 명이 당선되더라도 반대측에서 절대 수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던졌다.

 그러나 선거는 예상을 깨고 빨리 결론이 났다. 특히 두 후보가 동일하게 10표를 받아 재투표에 들어갈 상황에서 신속히 결정됐다. 투표권이 있던 송 후보가 투표권이 없는 배 후보를 고려해 선거권을 포기한 것이다.

 이날 저녁 10시가 다 된 시간에 송 회장과 전화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왜 그런(선거권 포기) 결심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며, “하지만 전임 회장으로서 아름답게 물러나고 싶었고 그래야만 계속 협회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배 회장을 많이 축하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송 회장의 이번 결단에 대해 배희숙 당선자를 비롯해 이사회 멤버들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사회 직후 가진 회식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유쾌했다고 한다.

 협회의 한 임원은 “진정한 용기 있는 기권”이라며 “이사회 멤버들이 두 패로 갈릴 수 있는 것을 막았다”고 평했다. 배희숙 당선자도 “쿨(cool)한 분”이라며 “정말 전임 회장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치켜세웠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협·단체장들의 선거가 잇따라 잡혀 있다. 당장 중소기업계만 해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벤처기업협회·이노비즈협회 등의 회장 임기가 내년 초 만료된다. 선거 때마다 협·단체들은 부작용으로 홍역을 치르곤 한다. 이번 여성벤처협회의 선거를 지켜보면서 후보 한 명의 결정이 단체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김준배기자·정책팀@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