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성장통 겪나?
e스포츠의 최고 명문팀인 SK텔레콤의 프로게임단 T1이 온게임넷과 MBC게임에서 주최하는 개인리그 중 1곳에만 선택적으로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15일 SK텔레콤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1은 13일 소속 선수들이 자율 판단에 따라 하나의 개인리그에만 출전하기로 했다고 온게임넷과 MBC게임에 전격 통보했다. 이에 따라 14일 MBC게임 스타크래프트 개인전 서바이버시리즈 예선전에 출전 예정이던 T1 소속 선수 5명이 불참, 몰수패를 당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팀별 단체전 형태의 프로리그(SKY프로리그)와 양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개인리그들로 구성돼 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사태와 관련, 개인리그 예선전의 일정 차질이란 표면적인 현상 이상의 의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사태는 상황전개에 따라 e스포츠의 주도권이 방송사 주도의 개인리그에서 경기단 중심의 프로리그로 이동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e스포츠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SK텔레콤 “성적이 우선”=SK텔레콤은 이번 결정이 최근 성적 부진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T1은 작년 프로리그 전후기 및 그랜드파이널 통합 우승과 올해 프로리그 전기 우승을 차지한 명문팀이나 최근 임요환 선수 입대 이후 성적이 곤두박질, 프로리그 11개팀 중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프로리그에 역량을 집중하고 개인전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로 개인전 선택 출전이라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T1 프론트의 조만수 과장은 “16강 경기에 소속팀 8명의 선수가 함께 출전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개인리그 참가로 인한 전력 관리 문제가 있다”며 “리그 참여 여부는 선수에 일임했다”고 말했다.
◇MBC “e스포츠협과 논의 없었다”반발=MBC게임은 경기단 중심의 프로리그를 활성화하고 방송사의 개인리그를 축소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반발했다. 개인리그를 주 1일 체제로 축소하고 프로 리그의 경기수를 늘이려는 경기단측의 입김을 반영했다는 것. MBC게임 장재혁 제작팀장은 “전체 게임단과 한국e스포츠협회와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독단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프로리그 부진을 개인리그 희생으로 덮으려 하고 있다”며 “좋아하는 선수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대회 개최 1일 전에 불참을 통보한 것도 논란이 됐다.
◇e스포츠 성장통=이번 사태는 e스포츠의 발전 방향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업 브랜드 노출이 많은 프로리그를 선호하는 경기단 입장과 초창기부터 e스포츠 탄생에 기여한 방송사들의 입장이 차이가 있다.
경기단은 개인리그를 주 1회로 축소하고 프로리그를 확대, 여타 스포츠와 같은 구단 중심 체제로 변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를 통해 각종 프랜차이즈 등 부가 사업을 추진, 수익을 올리고 e스포츠를 산업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방송사측은 단순히 경기수를 늘이기 보단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경기 방식이나 시스템 구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개인리그 죽이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프로리그 확대나 e스포츠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