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앤더슨 지음, 이노무브그룹 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1만9500원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혁명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에서 제품을 전시함으로써 물류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고 소비자도 검색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제품을 평가하고 구매한다. 이에 따라 시장을 왜곡시켜왔던 장애물이 제거되고 무한 선택이 가능해지자 수요 곡선 꼬리 부분이 머리 부분보다 길어져 그동안 무시돼왔던 ‘틈새상품’이 중요해지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즉 롱테일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틈새상품 각각의 매출액은 적지만 그것의 총합은 히트상품과 맞먹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랫동안 비즈니스의 황금률로 여겨져왔던 “매출액의 80%는 20%의 히트상품에서 나온다”는 ‘80/20법칙(파레토의 법칙)’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개념과 결합해 모든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 우수 고객이나 핵심 제품에 모든 자원과 노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80/20법칙’으로는 더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경제현상이 나타났다. 오프라인이라면 절대로 진열될 수 없어 판매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음반·MP3음악·영화 등 상품이 온라인에서 당당히 진열돼 팔리고 있다.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거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구글이나 e베이 등 온라인 기업에서도 그 성공 비결을 롱테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이러한 현상은 오프라인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 이런 롱테일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롱테일을 이끌어내는 동인을 △생산도구 대중화 △유통구조 대중화 △수요와 공급 연결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또 9가지 롱테일 성공 법칙을 제시해 미디어비평가·시장분석가·기업경영자는 물론이고 일반 독자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와 인터넷 등장으로 한두 개의 히트상품이 온 시장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환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대신 롱테일로 인해 제품 수명이 길어지므로 막대한 다수보다는 소수의 로열티 높은 고객, 필터와 같은 전달자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고객을 양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빠른 제품교체 주기로 인한 R&D 부담 증가, 수익성 하락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에 “매스마켓과 블록버스터 시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롱테일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다.
롱테일 이론 창시자 크리스 앤더슨이 2004년부터 3년간 다양한 채널 등을 통해 연구결과물을 총정리한 이 책은 짧아진 제품주기와 제품개발비 증가, 유통과 물류창고비로 고민해온 엔터테인먼트·미디어·유통·제조·광고·마케팅·IT 등 각 분야에서 최고경영자, 말단직원 그리고 정치가 및 문화인 등 경제·문화·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롱테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