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내년에 디지털 전자산업이 4.8%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디지털 전자산업 성장률을 6.3%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이보다 1.5%포인트나 줄어든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내년 디지털 전자산업의 생산이 올해에 이어 또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전자산업진흥회 전망은 반도체·LCD 등 주력 전자부품의 수출 호조세에 따른 수출부문의 두 자릿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디지털전자 제품의 가격경쟁 심화에 따른 출하가격 하락과 내수시장의 성장세 둔화 예상에 근거한다. 수출만 놓고 보면 전자부품 수출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서 30%를 웃도는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정보통신 및 산업용전자와 디지털가전의 마이너스 성장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내수시장마저 올해보다 둔화된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침체로 전체 디지털 전자산업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동안 아무리 우리 경제 환경이 나빠도 디지털 전자산업만은 완만한 성장세를 점쳐온 것에 비하면 어두운 전망임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자산업 경기가 이제 하강국면에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근의 국내외 경제여건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음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낙관론을 주장하던 정부까지 경제여건을 걱정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을 정도다. 민간연구소들은 ‘세계 경기 하강이 우려된다’는 보고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경제 또한 일련의 긴축정책 영향으로 인해 내년 이후 둔화될 가능성이 큰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원·달러 환율도 하락하는데다 원·엔 환율까지 우리 업체에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 부문의 성장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내년 디지털전자 수출 성장 예상치 15.5%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뿐만 아니라 설비투자 부진, 소비심리 위축 등을 감안할 때 내수도 회복을 기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7대 기간통신사업자가 최근 설정한 내년 설비투자 계획이 올해보다 10% 줄어든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물론 전자산업진흥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디지털 전자업체들의 82.6%가 시장지배력 강화와 성장 유망 품목 선점을 위해 내년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이다.
여기에 내년에 대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논리가 지속적인 경기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과거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고 보면 정부가 경제정책의 중심을 잘 잡아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지금 디지털 전자산업계를 비롯한 전산업계가 힘이 빠져 있다. 경제가 역동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은 디지털산업뿐만 아니라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를 받쳐줄 수출 환경을 개선하고 소비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우고 투자 등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폐지해나가야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환율·유가와 같은 외부 환경이야 우리가 통제하기 힘들다고 해도 투자를 북돋우는 내부 환경은 우리가 얼마든지 우호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
디지털 전자기업들도 적극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해 대내외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하고 신성장동력 개발과 함께 기존 제품의 품질향상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