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 달여 남은 2006년이지만 국내 유통 시장의 올해 첫째 화두를 꼽으라면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다. 유통시장에서 롯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만큼 홈쇼핑 진출은 그만큼의 무게를 갖는다. 아직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최다주주 변경 승인’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확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또 다른 ‘빅 딜’이 있을지가 두 번째 관심거리다. 롯데와 경쟁관계인 신세계가 농수산홈쇼핑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것. 신세계가 내부적으로 인수에 대한 검토를 끝냈다는 얘기는 유통업계뿐 아니라 관련 산업계인 케이블TV 시장에서도 공공연하게 돈다.
사실 롯데나 신세계가 홈쇼핑 사업자를 인수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될 대목을 꼬집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룡 롯데의 홈쇼핑 진입으로 유통 질서 붕괴’는 기존 홈쇼핑사업자의 엄살로 비치기도 한다. 롯데가 벌써 몇 차례나 홈쇼핑 사업자 신청을 했다가 고배를 마신, ‘부적격 사업자(?)’라는 주장도 논리상 말이 될 법하지만 법적 문제가 없다는 명제를 뒤집긴 어렵다.
문제는 소문대로 신세계가 농수산홈쇼핑을 인수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논리란 점이다. 공정위원회나 방송위원회는 당연히 법에 의거해 결정을 내릴 뿐이다. 의문은 그러나 ‘모든 홈쇼핑 사업을 대기업이 하는 게 맞는가’라는 명제다. 홈쇼핑 사업자가 ‘등록’이 아닌 ‘승인’ 대상인 이유는 ‘시청자(또는 소비자)의 공익성’ 차원이다. CJ홈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이 대기업 계열이었던 반면에 우리홈쇼핑은 중소기업제품 유통을, 농수산홈쇼핑은 농수축산물 유통을 주로 하며 유통 시장의 약자인 중소제조업체와 농수축산물업체를 도와왔다. 법으로 규정돼 있진 않지만 이것이 공익성이라는 잣대라고 많은 사람이 받아들여왔다.
신세계가 농수산홈쇼핑을 인수하면 5개 홈쇼핑 사업자는 모두 대기업 계열사로 전락한다. 더욱이 유통 대기업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바잉파워’를 이어가는 또 다른 시장이 될 뿐이다. 공정위원회나 방송위원회에 인수합병에 대해 법대로 처리하되 새로운 원칙을 제시하길 바라는 이유다. 공정위는 ‘소비자를 위해’, 방송위는 ‘시청자를 위해’ 홈쇼핑 시장의 올바른 경쟁원칙을 지금 고민하지 않으면 내년엔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을지 모른다.
성호철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