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콘텐츠가 경쟁력이다

[문화콘텐츠포럼]콘텐츠가 경쟁력이다

1995년 국내에서도 종합유선방송국이 개국됐다. 당시 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해서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았으나 IMF를 지나면서 인수합병(M&A)으로 주인이 바뀌거나 합쳐졌고 프로그램 공급자 대부분의 주인도 바뀌었다.

 그리고 5년 후 디지털위성방송이 생겼고 그와 같은 시기에 세상을 급격하게 변화시킨 새로운 매체인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지상파·위성 DMB, 와이브로, IPTV 등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쏟아져나왔고 이들을 통해 콘텐츠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러나 시청자는 이 새로운 용어보다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콘텐츠가 재미있으면 시청자 또는 가입자가 증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신규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업계 현실을 들여다보면 실제 콘텐츠 제작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

 미국은 90년대 초 디렉TV라는 위성방송을 시작하면서 킬러 콘텐츠로 미식축구 전 게임과 NVOD(Near Video On Demand)라는 영화로 가입자를 유인했다. 신규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그것이 가진 장점을 시청자가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콘텐츠다. 미국의 플랫폼 사업자는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했고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최고 콘텐츠 강국이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물론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해외에도 수출되면서 이를 점차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도 정책의 관점은 ‘플랫폼이 우선, 콘텐츠는 다음’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어떤 음식을 상품으로 개발할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가게 장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만 고려하는 것과 같다. 2001년 이후 방송시장은 1900만달러에서 1억600만달러로, 영화는 1100만달러에서 5800만달러로, 애니메이션은 5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로, 게임은 1억3000만달러에서 5억6500만 달러로 매년 40∼50% 성장했고 그 밖에 만화·캐릭터도 연평균 20%씩 성장했다.

 또 한류로 인해 관광 수입은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도 상승해 국내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국내 드라마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영화가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애니메이션도 유럽에서 시청률을 높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지난 5년간 콘텐츠 지원정책을 꾸준히 펼쳐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이제는 컴퓨터를 사용해 실제 배우가 아닌 디지털 배우가 연기를 하고, 영화 ‘왕의 남자’에서처럼 직접 경복궁에서 촬영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3차원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등 작품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술과 창작소재 개발을 위해 우리 문화 원형에도 지원을 함으로써 인문학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어느 한 부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균형 있는 지원을 함으로써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화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 있다. 그 예로 저작권에 기반을 둔 유통시스템 확립, 관광·체육·예술과 문화 콘텐츠 산업 연계, 제조업과 라이선싱을 통한 수익 증대 그리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은 아직 유아 단계다. 우리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창작소재 개발 등 걸음마 수준의 문화 콘텐츠 산업을 더욱 성숙한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시기다.

 이제 플랫폼 시대에서 콘텐츠 시대로 가치의 중심이 이동되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발맞춰 문화 콘텐츠 시대에 당당하게 진입해야 한다.

◆최영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략기획본부장 yh5329@koc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