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결합상품 허용 방향이 사후규제로 가닥이 잡히자 사업자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KT와 KTF는 비교적 환영한다는 태도를 보인 반면에 SK텔레콤과 LG텔레콤·하나로텔레콤은 걱정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24일 열릴 공청회에는 향후 고시에 동등 접근성 보장과 요금 적정성 사안을 놓고 업체 간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엇갈리는 시각=KT는 해외동향 및 소비자 편익향상을 위해 결합규제 완화가 당연하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특히 순수결합(결합상품 외에 개별상품으로 팔지 않는 것)만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사안별로 사후규제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인가규제 외에 요금 적정성, 동등 접근, 경쟁 제한성 규제가 조건부로 잡혀 있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상품을 출시하는 데 제약이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KTF는 공식 견해 밝히기를 유보했으나 소비자가 결합서비스를 원하므로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결합상품을 장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SK텔레콤은 “결합판매 규제완화가 특정사업자에만 유리하게 전개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필수설비 보유역무의 동등 접근성을 보장해 부당하게 지배력을 확산하는 행위를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G텔레콤은 “기존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고 우려했으며 하나로텔레콤도 “동등 접근성, 요금 적정성 등 경쟁안전장치(세이프가드)를 마련한 이후에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누가 수혜자?=당장 표면적으로는 KT가 가장 유리하다. KTF와 연계하면 유무선 상품을 모두 갖고 있어 다양한 상품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점유율이 높은 시내전화와 초고속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확대할 수 있다. 와이브로·HSDPA 등 신서비스와의 결합은 할인율 제한도 없어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다만 경쟁사에서 사용자를 끌어오는 것보다 내부 고객의 이동이 많으면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경쟁사도 사용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기 마련이어서 KT도 마케팅 비용부담이 예상된다.
KTF는 결합상품으로 SK텔레콤과의 격차를 줄일 절호의 기회로 봤다. 또 내년에 전력을 다할 HSDPA 서비스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KTF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KT의 PCS 재판매처럼 동전의 양면이 있다. 경쟁사에서 고객이 오더라도 KT와 수익을 나눠야 한다. SK텔레콤과 격차가 줄어들면 들수록 후발사업자로 누려온 혜택도 줄어들게 된다.
SK텔레콤은 유선이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하나로텔레콤과의 인수합병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사와 결합상품을 만들면 수익을 배분해야 하는데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하면 득은 별로 없고 부담만 가중된다. LG텔레콤은 LG그룹 통신사 간 결합상품의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결합상품을 팔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은 무선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
◇할인율 10% 가능할까=결합서비스의 할인율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까. 정통부는 할인율 허용범위를 지정하기보다는 약관인가로 판단할 방침이다. KT는 10%까지 할인이 허용되기 바란다. 그러나 정통부가 이를 들어주기는 부담스럽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사후 규제로 KT 주장을 수용했는데 두 자릿수 할인율까지 인정하면 다른 사업자의 저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4%는 할인율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치다. 지금도 통합과금으로 1∼2% 할인은 이뤄지기 때문이다. 5%에서 9%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KT의 한 관계자는 “할인율을 고시에 명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건마다 후발사업자가 불만을 제기할 텐데 사후규제가 너무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조인혜·손재권기자@전자신문, ihcho·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