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하이브리드 무선통신

[ET단상]하이브리드 무선통신

정보통신부가 초광대역무선통신(UWB) 주파수 분배안을 발표한 이후 이를 상용화하려는 업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내년 초 UWB 기술을 도입한 제품이 하나 둘씩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UWB 시장규모가 2010년에는 1조3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UWB가 주목받는 것은 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의 큰 한계였던 데이터 전송속도가 무려 최고 200배나 빠른 480Mbps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광케이블 도입으로 초고속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UWB의 놀라운 통신속도가 근거리 무선통신에서 대용량 데이터 전송시대를 활짝 열어줄 것이라는 조금은 성급한 기대다.

 그렇다면 UWB가 적용된 후 우리 일상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일반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을 무선통신을 이용해 디지털TV로 감상하거나 PC에 저장할 수도 있고 UWB 기술을 도입한 휴대폰으로 대용량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다른 기기로 눈 깜짝할 사이에 전송할 수 있게 된다. 또 홈엔터테인먼트 제품과 모바일 기기, PC와 주변기기 사이의 무선접속이 가능해지는 무선 네트워크 구축은 두말할 나위 없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이다. 엄격히 말해 그저 상상이 아닌 즐거운 우리의 미래 일상생활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처럼 UWB가 우리에게 새로운 디지털 홈 시대를 열어줄 수 있을까. UWB 기술이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안정된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하며 전력 소모량 또한 높아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게 되면 배터리를 자주 갈아줘야 하는 취약성이 있다. 해답은 이제까지의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의 주역이며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블루투스에 있다. 최근 근거리 무선통신 시장은 블루투스가 차세대 규격인 UWB 기술과 통합될 것이라는 발표로 들썩이고 있는데 블루투스·UWB·지그비 등 무선 근거리통신 기술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가 블루투스와 UWB를 통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경쟁구도에 놓여 있는 두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의 결합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예견된 필연이라 할 수 있다. UWB의 한계점이 블루투스 기술과 결합해 보완됨은 물론이고 두 기술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가 상상 외로 크기 때문이다.

 현재의 블루투스는 3Mbps에 이르는 데이터 전송속도를 10미터 이내에서 지원한다. 블루투스가 이미 많은 모바일 기기와 PC·주변기기에 적용됐지만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에 UWB는 놀라운 데이터 전송속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블루투스의 단점을 보완하지만 상대적으로 블루투스에 비해 20배 이상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결국 이러한 두 기술을 결합해 각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고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 바로 블루투스와 UWB의 결합이다. ‘하이브리드 무선통신’이 탄생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무선통신은 모바일 시장을 포함한 두 기술의 시장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모바일 기기와 무선 접속에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PC·주변기기를 모두 하나의 무선 네트워크로 구현할 수 있다. 또 UWB 기술로 각 애플리케이션의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시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선 시장을 열 수 있다. 더욱 놀라운 변화는 차 안에서 휴대폰 주소록의 원격 음성제어 접속 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기술 자체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사용하기 편리한 안정적인 무선 접속방식을 원할 뿐이며 이러한 욕구는 결국 하이브리드 무선통신으로 충족될 것이다.

 롭 담자노비치 CSR코리아 사장 대행 rob.damjanovic@cs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