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기 정착 필요한 게임산업진흥법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연내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게임장에서의 상품권 등 경품제도의 폐지 △경품·사이버머니 등 환전업 금지 △사행성 게임물 차단 프로그램 설치 의무화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a

 정부는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상품권 등 경품제도가 폐지되고 경품 환전업이 자취를 감춰 도박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이번 개정안으로 사행성 게임이 근절되고 ‘바다 이야기’ 사태 이후 큰 혼란에 빠져 있는 국내 게임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법·제도가 완비됐다고 해서 사행성 게임이 근절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사행성 게임이 PC방, 온라인 도박사이트로 전이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가정이나 소규모 카지노바 등으로 은밀히 숨어들어 음성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런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개정 법안의 시행으로 건전한 아케이드게임 산업이 위축되지 않게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경품 금지 조항을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해석해 아케이드게임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전체 이용가’ 판정을 받은 아케이드게임물에 대해선 학용품·완구류 등 환전성이 없는 간단한 수준의 기념품을 허용할 수 있도록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사행성 게임 근절 대책의 후폭풍을 맞아 아케이드게임 산업이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아케이드 게임산업단지 조성은 물론이고 체험형 아케이드게임 창작 역량 강화, 아케이드게임 시장 유통구조 개선 방안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개정안은 또 ‘게임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게임머니, 경품 등)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는 행위를 업(業)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른바 경품 환전업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게임 아이템 거래를 경품 환전업의 범위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정부와 업계 간 다소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1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거대한 음성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아이템 거래를 경품 환전업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른 시간 내 아이템 거래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려 아이템 거래 중개행위를 불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문화부 측은 아이템 거래를 경품 환전업 금지 조항과 별개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이템 거래를 게임 결과물의 단순 거래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선 디지털 콘텐츠의 사이버 거래로도 볼 수 있는만큼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청회 등 별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아이템 거래 문제를 게임산업 및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육성 차원에서 꼼꼼히 챙기겠다는 생각이어서 다행이다.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선 아이템 거래 문제를 정리해주는 게 시급한 일이다.

 게임산업진흥법이 조기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안과 함께 ‘사행행위특례법’을 개정,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행성 유기기구에 포함시키고 ‘온라인 도박 서비스 규제 특별법’을 제정해 온라인 도박 서비스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백화점식 대응책 나열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 제정된 지 얼마 안 된 게임산업진흥법을 조기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긴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