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국산화가 활발한 것은 바람직하다.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부품을 우리 기업이나 연구진이 국산화하고 이를 국산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제조업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나 다름없다. 제조업의 중추가 부품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품 국산화는 우리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우리 경제가 내수 침체와 불황기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려면 부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부품 국산화는 그 품목에 관계없이 국산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아울러 막대한 금액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잇따른 부품 국산화는 제조업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우선 일본과 미국 등 외국업체들이 과점해온 반도체·LCD 제조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중소 업체들이 국산화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수백억원대의 수입대체 효과를 올리면서 대만과 일본 등 해외 시장 공략도 추진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전자부품연구원 등도 전량 수입하던 디지털오디오방송(DAB)용 핵심부품인 RF칩세트와 베이스밴드칩세트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DAB는 유럽형 표준 지상파 오디오방송 규격으로, 당초에는 오디오 청취만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압축전송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영상전송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해 세계적으로 청취인구가 5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오는 2008년부터는 명실상부한 차세대 DAB·DRM 핵심부품 국산화 시대가 열린다니 의미가 상당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마이크로시스템연구센터 문성욱 박사팀도 그동안 전량 수입해오던 적외선 영상센서를 국내 최초로 개발, 민간 기술이전을 통해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비냉각식 적외선 영상센서는 빛이 없는 암흑 속에서도 물체의 형상을 식별할 수 있는 야간 영상장비의 핵심기술이다. 현재 적외선 영상센서는 군용 나이트 고글을 비롯해 보안감시, 의료용도로 수요가 급증하며 QVGA(240×320)급 해상도 기준으로 개당 5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번 국산화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만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라니 부품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삼성종합기술원도 삼성SDI와 공동으로 메탄올 연료로 모바일 제품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휴대형 연료전지를 개발, 상용화를 위한 200회 연속 충전 테스트도 성공했다. 이 연료전지는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화학반응 역할을 하는 메탄올 카트리지만 교체해 휴대폰 등 휴대형 기기에 연결하면 충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이번 연구성과와 관련, 20여건의 해외특허를 출원한 것을 비롯해 휴대형 연료전지 분야에서 120여건의 핵심특허를 확보했다고 한다.
우리는 2010년까지 한국을 세계적인 핵심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만든다는 방침 아래 부품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년간 매년 5000억원을 투입해 매출 2000억원, 수출 1억달러 규모 이상의 중핵 부품소재기업 300개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품질 개선과 더불어 부품 국산화를 이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힘입어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해당 분야의 부품 국산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 연구기관들은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상품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부품을 대거 국산화한다면 국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기여도가 높을 것이다. 대다수 부품 기업이 영세성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연구개발비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벗어날 수 있다. 기업들이 확고한 비전과 도전정신으로 부품 국산화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