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막한 우리나라 SW산업의 최대 잔치인 ‘소프트엑스포’는 SW산업인들이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뜻깊은 자리다. 열 돌을 맞은 이번 행사의 주제는 ‘IT강국에서 SW강국’이다. SW강국을 선언한 지 꼭 1년이 되는 시점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해 보자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보면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충분치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SW 없는 IT는 빛 좋은 개살구다.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SW산업을 발전시켜야 함은 당연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SW강국을 전면에 내세운 정부의 다양한 정책 추진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고 일부 성과를 거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 참여정부 들어 SW산업 육성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이 잇따라 발표됐다. 대한민국 정부 탄생 이후 처음으로 SW를 아는 대통령이 집권한만큼 재임기간에 획기적으로 SW산업을 육성해나가겠다는 대통령의 격려도 이어졌다. SW산업의 진흥을 담당할 정부기구가 과 단위에서 국 단위로 격상됐고 전 세계의 주목이 될 만큼 공개SW를 채택한 대형 프로젝트도 잇따라 발주됐다. 외형상으로 이미 우리나라는 SW강국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산SW 우선구매, 제안서 작성 대가 보상제도뿐 아니라 SW 제값 받기를 목표로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SW산업진흥법 개정안 등은 대표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지만 상황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정부·공공기관들이 국산SW를 우선적으로 구매하고 공개SW의 도입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지만 아직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국내 SW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매출 확대의 물꼬를 터줄 수출도 요원하기만 하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산SW의 설자리가 확대되기는커녕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외국업체에 비해 품질이나 마케팅 경쟁이 뒤처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산SW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국산SW의 미래는 없다. SW를 사용해야만 문제점이 파악된다.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서만이 선진 SW에 올라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IT세상이 SW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행사는 SW의 중요성을 일반인에게 인식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국산SW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PC가 아닌 휴대폰과 로봇·자동차 등 일상생활 속에 스며든 임베디드SW가 구현하는 첨단 IT장비가 대거 전시되고 있는 이유로 생각된다. 특히 항공기 제작 원가의 50% 이상을 SW가 차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전투기 시뮬레이션을 공개하고 있다. SW의 중요성을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일반인이 직접 체험케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일회성 행사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정부의 정책이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충분하기에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정책은 입안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애초 목적대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부족한 부문을 보충해야만 성공한 정책으로 남는다. 단순히 SW산업을 육성해야겠다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SW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정책도 우선적으로 시장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년 소프트엑스포는 정부나 기업의 노력으로 인해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SW기업들을 축하하는 그런 자리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