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등 야당이 정부의 방송통신통합기구 설립안에 반대해 독자안을 내기로 한 가운데 과학기술·문화관광·산업자원부 등 유관부처들 사이에서는 IT산업진흥 관련 업무 획득을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3부처는 특히 통합기구 출범에 때를 맞춰 그동안 정통부와 방송위원회의 업무영역 가운데 IT산업진흥, 연구개발(R&D), 콘텐츠 업무를 총괄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3부처는 통·방융합 이슈에 대응할 전담팀을 가동하면서 국회·산업계 등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내년 출범 예정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단 현재의 정통부와 방송위의 업무를 그대로 통합하기로 한 상태다. 반면에 한나라당 측은 아직 독자 법안을 내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산업진흥과 규제는 분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산자부, 진흥업무는 ‘우리’ 소관=산자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가운데 설립 목적에 해당하는 부분, ‘방송·정보통신의 산업진흥을 위해’라는 문구에서 ‘산업’이라는 문구를 삭제시키는 데 성공했다. 원안대로 갈 경우 산자부의 산업진흥에 대한 논의의 여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종순 방송통신융합추진지원단 부단장은 “법률안에서 산자부 측 건의를 받아들여 일단 ‘산업’이라는 문구를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통합기구를 출범시킨 후 각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업무 분할 등은 차후에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산자부는 공식적으로 산업진흥과 기업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통신위 조기 출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신과 방송이라는 전문영역 외에 이와 연계된 통신용 단말기, 관련 부품, 장비 등은 산자부의 고유 영역이라는 판단이다.
산자부는 정통부가 유관산업(지능형 로봇·RFID·통신장비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온 것에 민감하게 대응해온 부처다. 산자부 관계자는 “입법예고한 법률안에 대해 각 부처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제한 뒤 “통·방통합기구가 IT 부문 산업진흥을 갖는 것보다 최상의 효율성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문화부로 일원화해야=이번에 입법예고된 정부안에는 또 논의의 핵이 될 콘텐츠 업무에 대한 부처 간 조정 사항도 빠져 있다. 아직 문화부와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콘텐츠 업무는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문화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김명곤 장관이 직접 간담회를 통해 “정부 부처별 콘텐츠 진흥체계를 문화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힌 데서 문화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콘텐츠 진흥은 단순히 자본이을 많이 투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며 “이미 콘텐츠 업무를 맡아온 문화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들도 콘텐츠 관련 업무를 한 부처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 업무를 누가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R&D, 독자영역으로 가야=과기부도 국가 R&D와 관련한 총괄업무에 욕심을 내고 있다. 산자부나 문화부처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기부에 소속된만큼 통신과 방송 부문의 융합 과정에서 R&D 업무 전반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과기부 고위 관계자는 “통·방융합기구가 통·방 규제, 주파수 관련 이슈 외에 관련 R&D, 산업을 모두 관할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새로운 판단이 필요하다”며 “종합적인 국가 R&D체계 확립을 위해 R&D 부분은 과기부에서 총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기초로 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및 지원단은 기구설치법안 문제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각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업무분장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승규·권건호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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