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100조원 시대를 연 벤처특별법

[월요논단] 100조원 시대를 연 벤처특별법

 올해 무역의 날에 영예의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휴맥스는 금년 매출이 8000억원을 웃도는, 우리나라 벤처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 9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 중의 하나다.

 지난 2000년부터 세계적인 IT불황과 함께 폭락한 코스닥 지수의 변화처럼 벤처 거품이 꺼지고, 2001년부터 4년 동안 비난과 무관심의 터널 속을 빠져나온 벤처는 ‘2005년 벤처 재도약’을 선언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벤처업계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뤄냈다. 벤처 불패를 믿고 무늬만 벤처로 창업해도 수십 배의 자금이 모이던 시기였던 2001년 말 1만1400개였던 벤처확인기업 수가 2004년에 7400개로 줄었으나,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옥석이 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1만2500개로 확대됐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풀뿌리 창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벤처창업학회(회장 김홍 교수)가 창립돼 학문적인 뒷받침까지 가능케 됐다.

 벤처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체 벤처기업의 매출액 측면에서 보면 ‘100조원 시대’를 열었고 수출은 100억달러를 넘겼다. 게다가 ‘벤처1000억클럽’에 이미 78개사의 스타벤처 회원이 활동 중일 만큼 성장성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벤처협회가 주관한 ‘벤처코리아 2006’ 행사에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해 격려했을 정도로 정부에서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신기술제품의 공공구매 확대 등 생태계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가 신성장동력을 벤처에서 찾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배경에는 97년에 만들어져 10년을 끝으로 일몰 직전인 ‘벤처특별법’이 있다. IMF 불과 몇 달 전에 제정된 이 법으로 인해 청년들은 좌절하지 않고 국가의 희망이었던 벤처에 도전했다. 벤처창업이 고용창출로, 신기술에 도전한 결과가 지금의 IT강국에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6000여개의 벤처회사가 몰려 있는 구로를 공업단지에서 첨단 벤처빌딩의 숲으로 바꾼 제도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97년 당시 60년의 미국 벤처역사와 71년 개설된 나스닥, 풍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자금이 지식정보 강국을 만든 미국의 벤처생태계를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압축성장할 토대로서 이 법을 만들게 된 것이다. 압축성장 과정에 성장통과 후유증이 따르기는 했지만 우리의 벤처생태계는 많은 국가에서 벤치마킹을 해가는 수준이 됐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4만달러 시대를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벤처특별법은 연장돼야 한다. 단순한 적용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시장 친화, 글로벌 기업화, 지방벤처 활성화, M&A 활성화에 관한 내용까지 추가로 담겨야 한다.

 우리 벤처생태계의 문제 중 하나가 모든 창업벤처가 IPO 상장을 지향하는 원 사이클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간 단계에 M&A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투 사이클(창업-M&A, M&A-상장)의 생태계가 자리잡아야 한다. 그래야 이것이 상장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해 스타벤처로 성장하게 되고, 또 창업벤처는 애써 만든 연구개발 제품을 제값 받고 매각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이 가능해 창업 촉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씨앗을 뿌려 거둔 벤처생태계의 1단계 성과에서 도약하는 생태계로 발전해 휴맥스와 같은 스타벤처기업이 쏟아져 나와 세계시장을 주름 잡길 기원한다.

 hjcho@b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