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안 공청회

방송통신기구 설치를 골자로 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법안 공청회’가 11일 학계·언론계·이해 당사자들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열렸다.
방송통신기구 설치를 골자로 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법안 공청회’가 11일 학계·언론계·이해 당사자들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열렸다.

 예정된 항로대로 가자는 자, 처음부터 항로를 다시 짜자는 자, 일단 배를 띄워놓고 나중에 항로를 바꾸자는 등 방송통신위원회(가칭) 설립을 향한 이견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방통위 설립을 위한 1대 1 통합의 한 축인 방송위원회가 지난 주말 정부 입법예고안을 거부하면서 사공 많은 배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11일 오전 10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설립법안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정리했다.

 

 <전문박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개요-김진홍 방송통신융합추진지원단 기구법제팀장

 통신·방송 전반에 관한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해 방송위, 정통부 등으로 분리되어 있는 기능을 통합기구로 일원화할 필요가 대두됐다.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통신·방송 융합 가속화에 대응한 정책과 규제체계를 바꿀 필요도 있다. 이는 영국 오프컴(OFCOM), 호주 아크마(ACMA), 이탈리아 에이지컴(AGCOM) 등 세계적 추세다.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IT산업 진흥을 조화롭게 추진하기 위한 ‘통합위원회안’을 다수안으로 채택해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을 설치하되, 독임제 요소를 포함’하기로 했다. 해외 주요 국가처럼 통합기구 설치를 위한 조직법 형태로 법률을 제정할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2인, 상임위원 2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며 위원장에게 사무통할권을 준다.

 위원장은 국무회의, 부위원장은 차관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다. 방송위 방송프로그램 내용심의 기능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기능·조직을 통합해 민간 기구로 독립시킨다. 방송위 직원을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할 수 있는데, 방통위 사무조직 직원을 ‘방송통신직렬 일반직 공무원’으로 한다.

 

 <토론회>

 ◇사회(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추진위원)=방송·통신 융합기구 개편 법안에 대한 관련 학계 전문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강남준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과)=현 법안대로의 방통위는 ‘한 지붕 두 가족형’으로 태생적 한계가 있다. 상임위원 5명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가 힘들겠지만,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도 현행 방송법 체제를 답습하는데 불과해 정치적 독립성이 자동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상임위원 선발기준이 아니라 국민 서비스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다. 방통위 중립성 여부는 임원 구성보다 업무 분장 방식에 달렸다. 콘텐츠를 진흥해 성장동력화하는 것은 글로벌 관점에서 창의적인 기구가 맡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용자 복지를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

 ◇장석권 교수(한양대 경영학과)=정부안이 이상적(론)으로는 늦춰야 하나, 현실적으로는 먼저 입법화하는 것을 지지한다. 기구개편 본질은 부처 간 이해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미래 지향적 법·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기구개편 과정에서 본질에서 벗어난 이해관계를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소비자의 자유선택권, 자율적인 생산활동 참여권 등을 반영하자. 방통위 위원 5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적정하다고 본다. 위원장의 정책적 실패를 물어 국회가 해임을 건의하는 등 별도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팔현 수석연구위원(LG경제연구원 통신서비스팀장)=법안에 산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산업진흥’을 구체화해야 한다. 위원 임명권을 둘러싼 논의가 정치적 시빗거리로 변질한 느낌이다. 우정 기능은 사업규모, 자산 등을 감안한 효율성 측면에서도 별도 조직으로 해야 하나 방통위 소속으로 두는 것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조직 간 화학적 결합이 시급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남용문제를 차단하거나 후발사업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보완도 요구된다.

 ◇정미화 변호사(법무법인 남산)=방통위가 신속히 출범할 필요가 있으나 많은 갈등이 내재한 상태에서 서둘러 봉합하다 보니 제도적, 인적 융합시에 고려될 것들이 결여됐다. 산업계 로비가 강력한 나머지 정통부가 방송위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법안)가 나왔다. 방송위의 자기 영역 옥쇄작전도 잘못됐다. 두 기관 간 이해다툼에서 벗어나 소비자 복리, 산업진흥을 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 간 합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직원 문제다. 연금을 비롯한 방송위 직원 후생복지에 불이익이 없어야 할 것이다.

 ◇김영호 대표(언론개혁시민연대)=여론 수렴을 생략한 졸속 법안이다. 통신이 방송을 흡수하는 법안이며,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 대통령이 위원 전원을 임명하고 서열화하면 정치 논리상 집권세력이 위원을 100% 갖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질적으로 방송을 장악할 것이다. 상임위원 5명만으로는 소수여서 독단에 가깝다. 비상임 위원 4명 정도를 추가해 내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원장의 독임제적 기능도 차관회의 참여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진흥기능도 떼어내고 가야한다. 방통위를 철저란 규제정책기구로 만들고, 예산·인사권을 보장하라.

 ◇김학진 사무국장(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통방융합 문제가 참여정부 공약인데, 정권 말에 다급하게 추진해 유감이다. 야당도 반대하니 법안 통과 여부도 걱정이다. 그런데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과 기술개발자인 과학기술인들이 뒤로 밀려난 채 이해당사자만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IPTV 등이 뒤로 밀려나는 것도 소비자 편익 증진과 과학기술인의 땀과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처사다. 우선적으로 빨리 처리해야 한다. 위원 5명으로 상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위원을 선임할 때 야당이 2명을 추천하거나 학계, 연구계가 추천하는 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정사업까지 가지고 가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이른 시일 내에 청으로 독립시키거나 민영화하는 게 필요하고, 그 시점을 명기할 필요도 있다.

 ◇유홍림 교수(단국대 행정학과)=산업적 측면에서 융합에 대비한 효율적 정책수립, 매체 측면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독립성 확보가 중요 과제다. 국무조정실이 다소 조급했다. 합의보다 기구설립을 서두르다 보니 업무 분장도 결여됐다. 기구와 기능을 통합하다 보니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규제완화, 견제장치가 필요한데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또 위원을 대통령이 뽑든 국회가 뽑든 방송 행정의 직무 독립성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 따라서 위원 자격요건을 법정화 할 필요가 있다. 방통위 사무처의 독립도 중요하기 때문에 임명절차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직원신분, 콘텐츠, 예산 등은 ‘선택의 문제’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통신 융합의 철학과 가치인데 독립성, 산업진흥 등 정부가 추구할 가치가 너무 많다. 서로 다른 가치가 혼재한 상황에서 첨예한 이해관계에 집중하다 보면, IT 발전과 같은 큰 흐름을 놓치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 이해당사자 간 양보와 타협이 매우 중요하다. 때론 부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가뜩이나 늦은 방송·통신 융합에 관한 전문적, 포괄적, 설득적 논의를 본격화하자.

 ◇오준근 교수(경희대 법대)=법을 만들 때에는 정의로워야 하고, 합목적적이며, 안정적(통과·집행)이어야 한다. 방통위 설립법안의 근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본질에서 어긋난 사항들이 너무 많다. 목적에 어긋나고 법적 안정성이 없는 법안이 되고 말았다. 지금으로서는 정통부가 방송위를 흡수통합해 장관 1인, 차관 4인을 두는 거대조직을 만드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모습이 법에 내재됐다. 정통부가 관장하는 정보화촉진기능 등은 지속적으로 키워야 할 부문이다. 우정사업도 정통부 산하에 두되, 정통부를 정보우정부 등으로 개편했다가 문화부 등과 컨텐츠를 통합하는 형태를 통해 독임제 중앙행정기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행 방송위원회와 통신위원회 기능을 통합하고, 정책기획부터 최종 집행기능까지 부여할 필요도 있다.

 정통부 직원은 전원이 방통위 직원이 되고, 방송위 직원은 부칙에 따라 신규임용절차를 밟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는 법의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또 방송정보통신심의위는 별개 조직이 아닌 방통위 부속기관으로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리=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