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현장, 테크노파크를 찾아서](16·끝)결산좌담회

지역산업 진흥 및 테크노파크 사업의 정책 방향 모색을 위한 지상 좌담회가 지난 5일 정부 과천청사 산업자원부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 추진배경과 산자부 지역산업진흥정책의 성과와 정책방향 등이 논의됐다.
지역산업 진흥 및 테크노파크 사업의 정책 방향 모색을 위한 지상 좌담회가 지난 5일 정부 과천청사 산업자원부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 추진배경과 산자부 지역산업진흥정책의 성과와 정책방향 등이 논의됐다.

 <참석자>

김종갑 <산업자원부 제1차관>

박봉규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

신진 <한국테크노파크협회 회장·충남테크노파크 원장>

정백운 <에버테크노 대표이사>

*사회=박철우 <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와 테크노파크 조성은 참여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지역혁신의 핵심이다. 특히 테크노파크는 지역혁신의 거점기관이자, 기업을 지원하는 중심기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산업자원부,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와 공동으로 지난 7월부터 ‘혁신현장, 테크노파크를 찾아서’라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봤다. 마지막 순서로 본지는 지난 5일 정부과천청사 산업자원부 제1차관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지역산업진흥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정책방향들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역혁신사업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명확한 역할 배분을 통해 지자체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지역혁신의 창구가 일원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박철우 산업기술대학교 교수)=국가균형발전 정책 전반에 걸쳐 블랙포인트를 넘어 발전단계에 들어섰다는 각종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그간 추진상황과 성과를 말해 달라.

 ◇김종갑(산자부 제1차관)=우선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등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지역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혁신클러스터 구축, 산학협력 활성화, 기업 지방이전 촉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역혁신사업을 본격화한 지 이제 3년이어서 내놓을 만한 성과가 별로 없지만, 지역이 국가발전의 주체라는 주인의식과 자신감, 의지를 갖게 된 것은 큰 결실이다.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2003년 이후 증가세로 반전됐고,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3년 전 광 관련 기업이 47개였으나 지금은 250개를 넘어섰다.

 ◇박봉규(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대구시도 균형발전정책의 핵심 주체로서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 왔다. 모바일·나노·바이오·한방산업지원센터 등 4개 특화센터를 설립하고, 7개 지역혁신센터(RIC) 사업, 지방기술혁신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또 대구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지역 산학연 관계자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산업발전의 역량을 높이도록 노력했다. 차관이 말씀하신 대로 1단계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습하는 기간이었다. 다만 중앙에서 정책을 내놓고, 지방은 피동적으로 따라가다 보니 지방별로 차별화에 실패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회=정부와 기업을 이으며 가교역할을 하는 테크노파크 입장에서 애로도 많았을 것 같은데. 실제 현장에서 평가를 한다면.

 ◇신진(한국테크노파크협회 회장)=테크노파크는 대학, 연구기관, 기업체, 지역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하나의 구심점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기술이전이나 사업화를 따지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기업육성에 어떻게 기여하느냐보다는 ‘사업비를 쓰는 것이 사업’이라는 생각에서 추진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효과가 나오기 위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 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정백운(에버테크노 대표이사)=에버테크노가 매출 1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테크노파크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에버테크노는 2000년 5월 테크노파크 천안밸리에서 창업했다. LCD/반도체장비, 휴대폰장비, FA장비를 개발해 국내 대기업과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금은 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있지 않지만, 창업 당시 테크노파크의 지원은 종잣돈이나 다름없었다.

 ◇사회=특히 에버테크노는 지방에 위치해 있어 기업 활동에 애로가 클 것 같은데.

 ◇정백운=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다 천안에서 창업을 했다. 지금도 천안을 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인력난이다. 우수한 개발인력이 회사 경쟁력인데, 인력 채용도 어렵고 설사 구인이 되더라도 관리가 어렵다. 또 기업환경으로서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재조달·경영·정보·물류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에버테크노는 전체 자재의 70%를 수도권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지방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려주기 바란다.

 ◇사회=논의가 자연스럽게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으로 옮겨졌다. 이제 2단계 사업으로 접어드는데, 차기 테크노파크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박봉규=중앙에서는 지방이 안 보인다. 30년간 중앙정부에 있었는데, 지자체에 가 보니 중앙정부가 너무 크다.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지자체도 지역산업발전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지만, 예산이 별로 없다. 한정된 자원으로 정부 계획에 매칭을 하다 보니, 가용성과 융통성 모두 줄어든다. 아울러 지역별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보충적으로 경제권역별로 지원을 병행해 사업 시너지와 지역경제 통합효과를 높였으면 한다.

 ◇신진=테크노파크에서는 이제 실질적인 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 일환으로 기업통합지원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기업 정보와 테크노파크의 가용 자원에 대한 데이터를 작성해서 서로 매칭하고, 원스톱으로 상담·지원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단순한 기업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업 주치의로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 발전하는데 지원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는 시·군의 지역개발계획과 보조를 맞춰 전국적인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정백운=앞서도 얘기했던 것처럼, 에버테크노 창업 후 테크노파크를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향후 더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면 임대료 부담을 꼽고 싶다. 2000년 창업 당시 평당 임대료는 1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8000원으로 올랐다. 관리비까지 합쳐 평당 3만원이다. 1000평이라고 치면, 임대료와 관리비가 억대를 넘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권역별로 특화해 지원돼야 한다. 지금은 일률적으로 배분, 지원되지만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지원될 필요가 있다.

 ◇사회=각계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얘기해 보자.

 ◇김종갑=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은 지방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자립형 지방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제까지 수업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 주도로 지역산업발전을 이끌어 왔으나 앞으로는 지역 주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맞다. 지역이 혁신의 주체가 되고, 중앙은 이런 사업들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다. 지역혁신사업의 평가관리 체계 역시 지자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되, 중앙정부는 종합적 성과평가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박봉규=차관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국가 전체의 R&D 기획이나 핵심기술개발은 중앙정부 주도로 가고, 지역혁신사업은 지방정부가 파트너로 함께 참여해 기획에서 집행·관리, 평가단계까지 사업의 전 주기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리해야 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신진=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테크노파크의 역할과 자율성도 인정해 줬으면 한다. 중앙에서 발전된 혁신시스템을 개발하고 자금을 지원하면, 이를 실행하는 것은 테크노파크의 역할이다. 지자체 상황에 맞게 테크노파크를 비롯한 혁신기관 책임자들이 집행하는 것이다. 종종 지자체에서 통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행정적 규제가 들어오면 발전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혁신기관 책임자가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 주기를 바란다. 또 각 지역별로 전략산업기획단, 특화센터, 클러스터추진단 등 다양한 혁신지원기관이 있지만 서로 연계가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박봉규=그렇다. 거버넌스 문제가 심각하다. 각 기관 간에 종합적으로 연계, 조정되지 않아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지역 거점 창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김종갑=정부도 이를 감안해 향후에는 테크노파크가 다양한 혁신지원기관들을 연계, 조정하는 지역거점기관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테크노파크가 지역산업의 장기적 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사업을 종합적으로 기획, 평가함으로써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테크노파크의 지역 거점기능 수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도 개정작업중이다.

 ◇정백운=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의 의견이 기획단계부터 반영됐으면 한다. 테크노파크만 하더라도 공무원, 교수, 지자체에서 기획하고 평가해 건설됐으나 수요자는 전적으로 기업이다. 초기부터 기업의 노하우나 요구사항이 반영돼야 더욱 합리적인 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지역혁신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테크노파크에 힘이 많이 실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 차관께서 정부의 계획을 말씀해 달라.

 ◇김종갑=국가균형발전정책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블루오션 전략이다. 앞으로 2∼3년 정도 지역산업진흥 정책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지역경제가 상승기조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 지역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R&D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힘쓰도록 하겠다. 지켜봐 달라.

정리=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