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값 주고 사야 SW산업 살린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업체와 외국 SW기업의 1인당 매출액이 8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국내 SW산업의 영세성은 물론이고 후진성까지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충격이다. SW산업의 영세성이야 아직도 매출 1000억원이 되는 기업 하나 없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1인당 생산성까지 이 정도로 뒤떨어졌다는 것에서 SW산업 육성을 외쳐왔던 기업들은 물론이고 정부나 언론 모두 부끄러워 해야 할 대목이다. 그만큼 앞으로 우리나라 SW산업의 갈 길이 멀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참여정부 들어 국산SW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시행됐다. 그 결과 크지는 않지만 결과물이 하나 둘씩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최대 SW기업으로 올라선 티맥스소프트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인 7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척박한 토양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SW산업의 숙원인 매출 1000억원 기업의 등장도 내년이면 볼 수 있을 듯하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패키지SW 기업인 안철수연구소와 한글과소프트도 각각 올해 500억 원과 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40조원을 넘어선 마이크로소프트나 10조원대의 오라클, SAP와는 비교가 되지 않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SW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하지만 단순비교가 아닌 기업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1인당 매출액에서 우리 기업이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글과컴퓨터, 안철수연구소가 1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티맥스는 이보다 훨씬 처진 7000만원 정도다. 반면에 한국MS·오라클코리아·SAP코리아 등 3대 외국계 SW기업의 국내지사의 1인당 매출은 4억5000만원을 웃돈다. 영업이익도 10% 이윤도 챙기지 못하는 한국기업과 달리 30∼45%에 이르러 단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국내 SW기업들에 물을 수 있다. 실속 없는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만든 모든 책임을 국내기업에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정부의 SW산업 육성 정책이 올해 들어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고 여기에 맞춰 국내기업의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패키지SW 에 머물던 제품군도 이제는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금융권에서도 쓸 수 있을 정도의 고성능 미들웨어도 우리 제품이 채택되기 시작했다. 정부 및 공공기관들도 가능한 한 국산SW를 채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수치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우리나라 SW기업의 영세성과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요자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국산SW에 대한 품질이 좋아졌다고 하니 한번 사용해 보기는 하겠지만 제값을 주기에는 뭔가 찜찜한 모양이다. 가격 후려치기가 다반사다. 더구나 패키지나 보안 등 국내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곳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우리 기업과 외국기업과 1인당 매출액 격차를 벌이는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비용이다. 외국계 기업 대부분은 계약과 동시에 구매가(라이선스) 비용의 15% 이상으로 유지보수 계약을 한다. 하지만 국내 업체는 10%만 받으면 최선이다. 대부분은 서비스 개념으로 무료 봉사한다. 당연히 1인당 매출액은 물론이고 영업이익 또한 뒤질 수밖에 없다.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백마디 말보다 사용자가 상품 가치를 인정, 제대로 값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정부나 공공기관, 일반기업 등 SW 수요처들의 인식 전환만이 지금 영세성과 후진성으로 특정지어진 우리나라 SW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