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전자정보제품오염관리법(China RoHS)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킹·유해물질농도·시험분석방법 3개 부문에 대한 산업표준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로써 중국이 내년 3월 환경규제 조치 시행에 따른 준비작업을 사실상 끝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환경장벽이 이제 가시화된 것이다. 일명 ‘중국판 RoHS’로 불리는 이 규제는 당장 내년부터 우리나라 디지털 전자제품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국내 IT업체에는 비상이 걸릴 일이다.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중국이 확정한 마킹 등 3개 부문 산업표준은 전자정보제품의 환경 유해물질 사용 제한과 관련된 구체적 측정내용·방법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기준이다. 때문에 이 기준에 따라 수입규제가 이루어질 전망이어서 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국내 디지털 전자업체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 기준이 유럽연합(EU)의 특정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보다 더 강화된 수준인 것으로 전해져 더욱 그러하다.
중국은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할 예정으로 중국 시험분석기관으로부터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강제인증을 받아야만 하는 중점관리품목 선정 작업도 벌이고 있다. 유해물질 규제를 받는 11개 품목 1400여종의 전자통신장비가 대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디지털 전자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한 기업도 상당한 원가상승 요인과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의 환경장벽에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은 그나마 걱정이 덜하다. 이미 EU 규제에 맞춰 유해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지 않기로 하는 등 그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해왔기 때문이다. 또 이들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업체도 모기업의 지원과 지도 등으로 대비해온만큼 사정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업체 중에는 EU에 수출한 경험이 없는 중소업체가 많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RoHS가 갖고 있는 중요성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더 큰 문제다.
중국의 RoHS 관련 규제 정보를 입수한 일부 중소기업은 그나마 규제기준에 맞추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기술과 자금·정보 부족으로 대응이 여의치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기준에 적합한 물질을 찾아야 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니 그럴 만도 하다.
물론 정부가 이달부터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차이나 RoHS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순회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중국 수출품의 유해물질 시험분석서를 보유하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EEA(Eco-Electronics Alliance)를 통해 지원하고, 또 중국과 국내 인증기관 간 협력을 통한 상호인정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민·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국제환경규제 대책반도 꾸려 상시 모니터링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니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지원들이 일시적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친환경을 추구하고 유해물질을 줄이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완제품이건 부품이건 청정제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규제가 수출의 중대한 변수가 된 상황에서 아직 준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은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지도 및 교육을 통해 이에 대비하도록 해야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기업들도 이제 환경경영이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거나 재해 처리를 하는 사후관리에서 벗어나 사전예방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U에 이어 중국의 RoHS 규제는 친환경적 기술 개발로 제품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환경경영을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