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相生바람 `솔~솔`

 유·무선 통신시장의 양대산맥인 KT와 SK텔레콤간의 협력과 공조 무드가 형성됐다. 구체적인 사업협력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지만 양사 모두 △시장 포화 △컨버전스 대응 △글로벌 사업이라는 현안을 풀기위해 견제보다는 공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이후 양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우선 양사의 CEO가 앞장섰다. 남중수 KT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결합상품과 관련해 SK텔레콤에도 KTF와 같은 조건으로 사업을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KT 스스로도 결합상품을 만들때 KT 계열사의 경쟁사라도 결합할 상품이 있으면 얼마든지 결합하겠다고 덧붙였다. 맹수호 KT 사업협력실장은 “결합상품에 대한 정통부 고시가 나와야 구체적인 것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동등접속권 보장은 KT의 기본입장”이라며 “CEO가 그 부분에 대해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역시 대립보다 상생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 치명적인 사안이 아니면 굳이 소모적으로 대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CEO의 주문”이라며 “그러다보니 비교적 온건하고 포용적인 입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사장과 김사장은 이달초 홍콩에서 열린 ITU텔레콤월드에서도 서로 상대방 전시관을 오가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분위기는 최근 결합상품, 역무통합과 관련해 잇따른 공청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두 사안 모두 KT에게 비교적 유리한 정책방향으로 전개됐지만 SK텔레콤은 강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일반적인 문제점만을 지적했다.

이는 양사가 현재 느끼는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내수시장은 유무선 모두 정체된 가운데 글로벌 사업 등 신성장엔진을 아직 본격적으로 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영역만을 고집할 경우 ‘자승자박’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컨버전스와 규제완화 흐름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해 양사의 공조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대외부문의 한 관계자는 “KT가 잘되어야만 SK텔레콤에도 도움이 된다”며 “공동 운명체로서 같이 협력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KT의 고위 관계자도 “방송의 경우 지상파와 케이블이 평소때는 으르렁거리며 잡아먹을 듯이 싸우다가도 방통융합이라는 이슈에는 기가막힐 정도로 공조를 잘한다”며 “통신업계도 이제는 작은 부분에서 싸우기보다 큰 관점에서 협력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남중수와 김신배

경기고동기동창(70회)이다. 서울대 동문이기도 한데 남 사장은 경영학, 김 사장은 산업공학을 전공했으며 똑같이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남 사장은 재무통으로, 김 사장은 전략통으로 각각 KT와 SK텔레콤에서 잔뼈가 굵었다. 남 사장이 지난해 2005년 8월 취임하면서 맞수가 됐다. 두 회사가 통신 1위라는 자존심 경쟁을 벌이지만 두 CEO는 다른 사람에게 상대방을 치켜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