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시선
2003년에 최초로 선보인 옴니버스 인권 영화 ‘여섯 개의 시선’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을 지원한 ‘시선’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에는 ‘다섯 개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다섯 명의 감독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녀가 직접 배우로 출연해 그녀의 일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탈북 청소년들의 녹록치 않은 삶을 비추기도 하고, 운동권 학생을 고문하는 수사관을 통해 국가 권력의 비상식화와 더불어 비정규직의 설움을 블랙 코미디 식으로 엮어내기도 한다. 다섯 편의 영화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여있는만큼 각 에피소드의 화질 성향과 수준이 꽤 큰 격차를 보인다.
몬스터 하우스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든 주인공 디제이는 요즘 들어 부쩍 앞집이 수상하단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성질 고약한 네버크래커 할아버지가 사는 그 집 근처에만 가면 야구공에서 자전거까지 몽땅 사라져 버리기 때문. 할로윈 전날, 디제이와 단짝 친구 차우더는 앞집 카페트가 차우더의 배구공을 낼름 삼키는 장면을 목격하고, 하마터면 통째로 잡아먹힐 뻔했던 똑똑한 얼음공주 제니까지 가세해 앞집의 비밀을 폭로하려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채 하나 둘씩 희생자만 늘어간다.
전체관람가의 ‘폴라 익스프레스’와 달리 12세 이상 관람가의 등급이 붙여진 ‘몬스터 하우스’는 전형적인 하우스 호러와 어번 레전드(도시 괴담)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때문에 PG 등급의 애니메이션치고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의 서스펜스와 스릴을 제공하고 있다.
금발의 초원
노인들의 도우미로 일하며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18세 소녀 나리스에게 새로운 고객이 생긴다. 지병인 심장병 때문에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고,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80세의 닛포리.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나리스를 보자 반색하며 환영해 마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20대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닛포리는 나리스를 젊은 시절 첫 사랑으로 착각, 그녀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펼친다.
특유의 따뜻한 감수성으로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2000년도 연출작 ‘금발의 초원’은 10대 시절부터 그녀의 팬이었음을 자처하는 이누도 잇신이 ‘조제, 호랑이…’보다 3년 앞서 연출한 판타지풍의 로맨스 영화다.